《올해 외국어고, 과학고, 자립형사립고 입시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은 ‘자기주도 학습전형’이다. 학교생활기록부도 자기주도 학습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학교생활을 얼마나 충실히 했는가’ ‘스스로 계획을 세워 적극적으로 학습을 실천했는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정됐다. 이런 맥락에서 수행평가는 더욱 중요해진다. 학생이 자기주도 학습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학교 교사들은 “수행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 학교생활을 잘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교과목에 대한 자신감과 성적 향상으로 이어진다. 이는 자기주도 학습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는 의미”라며 “수행평가를 열심히 하면 수업참여도, 수업태도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교사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학의 실험 수행평가에서 실험과정과 탐구내용을 잘 정리했는데도 만점을 받지 못했다면? 유적지를 답사하고 쓰는 보고서를 한 페이지 꽉 채워 제 날짜에 제출했는데도 기본 점수에 그쳤다면? 중학교 교사들이 들려주는 조언을 통해 기본 점수와 만점을 가르는 작지만 분명한 차이를 알아보자.》 [W H Y] 나는 왜 기본점수만 받을까?
수행평가에서 기본점수에 그치는 학생 중에는 ‘수행평가에서 1, 2점 감점되더라도 지필시험에서 한 문제 더 맞히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수행평가는 총점의 10∼30% 정도를 차지하지만, 학기 중 여러 차례로 나뉘어 세부항목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회당 점수는 10점 이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학기 중간고사 과학 수행평가가 △실험 1 △실험 2 △과학탐구 보고서로 진행된다면 각 10점씩 총 30점이 성적에 반영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10점 만점의 수행평가보다 한 번에 70점을 받을 수 있는 지필시험을 더 중요하게 느낀다. 하지만 수행평가를 소홀히 여기면 작은 감점이 반복된다. 평가 2, 3주 전 미리 공지되는 과제형 수행평가의 경우 △과제내용 △평가항목 △주의사항 등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아 기본점수에 그치는 학생이 많다.
서울 경희여중 국어과 강용철 교사는 “수행평가가 공지될 때 정확한 평가기준을 주의 깊게 보지 않고 과제를 제출하는 데 급급한 학생들이 많다”면서 “예를 들어 시낭송을 녹음하는 과제라면 평가요소에 있는 ‘참신하고 창의적인가’를 확인한 뒤 시의 분위기에 맞는 배경음악을 추가하면 기본점수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H O W] 독창성, 성실성, 협동성에서 수행 ‘만점’이 보인다!
교사는 과제형 수행평가를 학생의 노력, 지식, 관심, 열정이 포함된 포괄적 의미의 ‘시험지’라고 생각한다. 천편일률적인 보고서로는 차별성을 가질 수 없다. 독창적인 아이디어, 짜임새 있는 구성에서 점수가 갈린다.
서울 아주중학교 과학과 이홍배 교사는 “수행평가에서 자유주제를 정해 탐구 보고서를 제출할 때 ‘신호등이 깜박이는 시간 탐구’ 등과 같이 생활 속에서 생각해볼 만한 주제이면서도 학생의 독창성이 반짝이는 주제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사회 수행평가로 박물관 및 유적지를 견학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제를 생각해보자. 현장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기록하는 것에 더해 설화나 지명에 얽힌 역사적 배경이나 유물·유적에 얽힌 이야기를 사전 조사해 추가할 수 있다. 서울 봉영여중 사회과 김현겸 교사는 “학생이 현장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개인적 감상 부분을 얼마나 충실하게 구성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수업 시간에 토론, 말하기, 발표 형태로 이뤄지는 수행평가는 유창성보다 성실성이 관건이다. 예를 들어 영어 말하기 수행평가에서 교사는 △학생이 미리 공지한 평가 범위의 원고를 얼마나 성실하게 외웠는지 △촌극이나 발표를 위한 시각자료를 얼마나 충실히 준비했는지 △발표를 할 때 뒤에 앉은 사람도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소리로 전달했는지를 주로 평가한다.
서울 신목중학교 영어과 최한자 교사는 “말하기 수행평가 시 많은 학생들이 원고를 반드시 외워야 하는지를 묻는데, 원고를 외우는 것은 학생의 성실성을 평가하는 필수 사항”이라고 말했다. 완벽한 문법 구사보다 자신감 있게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 교사는 “평가자인 원어민 교사나 영어교사는 학생에게 교과과정 수준의 문법실력을 기대한다”면서 “문법을 틀릴까봐 두려워하는 학생보다 성실하게 준비한 것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학생의 실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시각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말하기 수행평가는 사진, 실물 자료, 관련 데이터 등을 충실히 준비해 발표하면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는 ‘말하기에 도움이 되는 시각자료 활용’ 등의 평가항목에 해당돼 점수에 반영된다.
모둠학습이나 협동학습 형태로 진행되는 수행평가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개인별로 점수가 매겨지지만 대부분의 채점표에는 ‘조별 전원이 맡은 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가’가 비중 있게 평가된다. 교사들은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가운데 각자에게 분담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는지를 평가한다. 적극적으로 모둠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학생이나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은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쉽게 검색한 자료, 남의 자료를 표절해 제출한 과제물은 최악의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어 수행평가에서 ‘생활 속에 잘못된 우리말과 글을 찾아 바르게 고치기’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할 때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를 형식만 바꿔 제출한다면 기본점수에 그친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자주 쓰는 비속어, 건물 간판의 이름, TV 쇼 프로그램 진행자가 쓴 잘못된 말을 찾아 고치고 자신이 생각하는 우리 말글을 지키기 위한 대안, 과제를 수행하며 느낀 점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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