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46용사 추모] 빈소 찾은 생존자… 영정 보고 울고, 유족 앞에 고개 떨구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7일 03시 00분


침몰시각 9시 22분 맞춰 분향일부 흥분하자 다른 유족이 제지서울광장 찾은 MB “잊지 않을것”

46명 일일이 바라보며…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천안함 희생 장병 합동분향소에서 분향을 마친 뒤 희생자들의 영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46명 일일이 바라보며…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천안함 희생 장병 합동분향소에서 분향을 마친 뒤 희생자들의 영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26일 궂은 날씨에도 천안함 희생 장병들을 기리는 분향소에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아침 일찍 출근길 또는 점심시간, 퇴근길에 분향소에 들러 국화꽃을 바쳤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마련된 ‘천안함 46용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동료들의 넋을 위로했다.

○ 이 대통령, 애도쪽지 찬찬히 읽어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광장에 마련된 ‘천안함 46용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 장병들의 넋을 기렸다.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직후 마이크로버스 편으로 서울광장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안내를 받으며 분향소에 입장해 헌화 및 분향을 했다. 분향 후 침통한 표정으로 희생 장병 46명의 영정을 하나하나 응시한 이 대통령은 깊은 묵념을 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 채 다시 한 번 영정을 둘러보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조문을 마친 이 대통령은 빈소를 지키고 있는 해군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위로한 뒤 조문록에 “대한민국은 당신들의 고귀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29일 엄수되는 합동 영결식에도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미안하다. 전우야”

구조활동 해경 501함도… 천안함 수색과 구조작업에 투입됐던 해경501함의 고영재 함장(왼쪽)이 26일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 분향소를 찾아 국화꽃을 건네받고 있다. 인천=황금천 기자
구조활동 해경 501함도… 천안함 수색과 구조작업에 투입됐던 해경501함의 고영재 함장(왼쪽)이 26일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 분향소를 찾아 국화꽃을 건네받고 있다. 인천=황금천 기자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을 비롯한 생존 장병 52명은 정확히 천안함 침몰 한 달이 된 26일 오후 9시 22분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전사한 동료의 넋을 위로했다.

생존 장병들은 모두 해군 정복 차림으로 합동분향소에 도착했다. 이들은 일렬로 서 흰 국화를 들고 헌화한 뒤 묵념을 했다. 이어 52명 전원이 일렬로 서서 희생 장병들에게 경례하고 뒤로 돌아 유가족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생존 장병과 유가족 사이에 몸싸움도 벌어졌다. 한 유가족이 큰절을 하고 있던 최 중령에게 달려들어 어깨 부분에 두 차례 정도 발길질을 했다. 가족들은 자체적으로 이 남성을 떼어내고 생존자들이 퇴장할 때 인간띠를 만들어 생존 장병들이 안전하게 나가도록 도왔다.

천안함장 최원일 중령(대열 맨 앞)을 비롯한 천안함 생존 장병 58명 가운데 52명이 침몰 사건이 일어난 지 정확히 한 달 만인 26일 오후 9시 22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 전우들의 영정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생존 장병들은 유족들의 요청으로 천안함 침몰시간에 맞춰 분향소를 찾았다. 사진 제공 해군
천안함장 최원일 중령(대열 맨 앞)을 비롯한 천안함 생존 장병 58명 가운데 52명이 침몰 사건이 일어난 지 정확히 한 달 만인 26일 오후 9시 22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 전우들의 영정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생존 장병들은 유족들의 요청으로 천안함 침몰시간에 맞춰 분향소를 찾았다. 사진 제공 해군
고 이상민 이상희 이재민 하사와 동기인 전준영 병장은 누구보다 크게 흐느끼며 울었다. 희생자 어머니들은 버스에 오르는 생존 장병에게 “고맙다. 앞으로 열심히 살아라” “너희도 우리 아들이니 이제 슬퍼하지 말라”며 어깨를 토닥이며 울었다.

최 중령은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흔들며 버스에 올랐다. 최 중령은 이날 분향을 마치고 희생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2함대 내 숙소에서 가족 대표들과 면담했다. 나재봉 천안함 전사자가족협의회 대표는 “가족 측에서 천안함 사고 한 달을 맞은 이날 이 시각에 방문해 달라고 생존자 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날 생존 장병 중 6명은 분향에 참석하지 못했다.

○ 공비에 형 잃은 노인 눈물

서울광장 ‘추모의 벽’ 서울광장에는 시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글을 적을 수 있는 곳도 마련됐다. 김재명 기자
서울광장 ‘추모의 벽’ 서울광장에는 시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글을 적을 수 있는 곳도 마련됐다. 김재명 기자
“40여 년 전 우리 형도 같은 일을 당했지요.” 이날 오전 8시 반경 서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누구보다 숙연한 표정의 한 할아버지가 하얀 국화를 바쳤다. 그는 42년 전 김신조 무장공비 침투 사건으로 형을 잃은 전동분 씨(70). 전 씨는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왔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1968년 김신조 무장공비 침투 사건 당시 그의 친형 전동유 씨(당시 31세)는 육군 사병으로 근무하다 숨졌다고 한다.

60년 전 16세의 어린 나이에 6·25전쟁에 참전했던 ‘소년병’ 출신 서원석 씨(76)도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쳤다. 1950년 해군에 자원입대해 군복무 당시 PC-703 삼각산함을 타고 조타병으로 근무했던 서 씨에겐 이번 사건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평택 2함대 내 합동분향소에도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잇따랐다. 이날 오전 7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70여 명이 분향소를 방문한 데 이어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김형오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등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평택=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동영상 = “용사 여러분,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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