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장병 수습때 태극기로 덮은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1일 03시 00분


“법률만 따지지말고 최고 예우 갖추자”여권, 국방부에 제안… 흰천 대신 사용시신 넣은 자루위에 덮어 ‘국기 훼손’ 불법논란 피해

15일 천안함 함미 부분에서 발견된 서대호 하사의 시신이 태극기로 덮인 채 평택 제2함 대사령부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5일 천안함 함미 부분에서 발견된 서대호 하사의 시신이 태극기로 덮인 채 평택 제2함 대사령부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30일 천안함 실종 사병 수색 도중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시신을 수습할 때는 시신 위에 흰 천이 사용됐다. 하지만 3일과 7일 남기훈, 김태석 상사의 시신엔 태극기가 덮였다. 15일 인양된 천안함 함미에서 나온 36명의 시신을 수습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흰 천에서 태극기로 바뀐 배경은 무엇일까.

행정안전부의 국기법 유권해석에 따르면 시신을 수습할 때 태극기를 시신 위에 덮어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정부와 군 당국은 천안함 침몰 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사회적 추모 분위기와 국민 여론을 감안해 이 방침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여권 내부와 국방부가 긴밀히 협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 특임장관은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준위의 시신 수습 직후 ‘법률 유권해석의 문제만 따질 게 아니라 태극기를 덮어 병사들의 시신 수습에 최고의 예우를 갖춰야 한다’는 여당 동료인 조원진 의원 등의 간곡한 제안이 있었다. 검토 끝에 국방부 측에 그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후 남, 김 상사의 시신 수습 과정에서 태극기를 덮자 국방부에는 ‘신성한 국기를 모독한 게 아니냐’는 일부 시민의 항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국방부는 법률 검토에 들어가 ‘시신 위에 바로 태극기를 덮지 않고 시신을 영현낭(囊·시신을 넣는 자루)에 넣은 뒤 그 위에 태극기를 덮는’ 방식을 택했다. 법률 유권해석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절충안이었다. 이후 장병 36명의 시신은 이 방식으로 수습했다.

행안부 측은 “시신 위에 직접 국기를 덮는 것은 국기 훼손이 우려돼 타당하지 않다”며 “그러나 천안함 침몰이 국가적 관심사임을 고려할 때 유가족이 원하면 긍정적으로 판단해 국기를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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