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인양]“우리 아들 이제 맞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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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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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들 대체로 차분
“애들 돌아오면 뭘 바라겠나”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육군 치누크 헬기를 타고 온 천안함 실종자 가족 대표들과 합동 조사단원들이 14일 백령도 사곶비행장에 내리고 있다. 이들은 곧바로 해군 헬기 2대에 나눠 타고 천안함 인양작업 지휘본부인 독도함으로 향했다. 백령도=홍진환 기자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육군 치누크 헬기를 타고 온 천안함 실종자 가족 대표들과 합동 조사단원들이 14일 백령도 사곶비행장에 내리고 있다. 이들은 곧바로 해군 헬기 2대에 나눠 타고 천안함 인양작업 지휘본부인 독도함으로 향했다. 백령도=홍진환 기자
“이제 우리 아들 맞으러 가야죠.”

14일 천안함 실종자 장례위원장으로 뽑힌 나현민 일병의 아버지 나재봉 씨는 사흘 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아들의 생일을 맞았다. 가족들과 함께 생일 케이크를 자른 지 며칠 만에 아들의 죽음을 인정해야 하는 아버지의 심정은 참담하다. 그럼에도 ‘식사는 하셨느냐’는 질문에 나 씨는 “아들이 곧 돌아오는데 밥은 먹어야지”라며 애써 담담하게 답했다.

함미 인양을 하루 앞둔 14일 실종자 가족들의 분위기는 엇갈렸다. 대부분의 가족은 비교적 차분한 표정으로 뉴스를 지켜봤다. 서울의 집에 갔다가 인양작업에 곧 들어간다는 소식을 접한 안동엽 상병(22)의 어머니 김영란 씨는 “내일 새벽기도를 갔다가 (평택으로) 내려간다”며 “곧 아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니 반갑다”고 말했다. 배가 파도에 출렁이면 “놀이기구 타는 것 같아 재미있다”고 했던 이발병 아들은 사건이 벌어진 시간에 함미의 1층 식당에 간 뒤 소식이 끊겼다. 심영빈 하사(26)의 아버지 심대희 씨(60)도 가족협의회 측에서 전달 받은 인양계획을 설명하는 동안 시종일관 담담했다. 심 씨는 “애들만 돌아오면 더 바랄 게 뭐 있겠느냐”고 체념한 듯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일부 가족은 여전히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 김동진 하사(19)의 어머니 홍수향 씨(45)는 “너무 많이 울어 머리가 아픈데도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홍 씨는 “생존 장병들은 우리 동진이가 침실에서 자고 있었다고 했는데 어제 영주함에 갔더니 당직을 섰다고 하더라”며 “그 어린 것이 컴컴한 데서 ‘어머니, 어머니’ 얼마나 불렀겠노” 하며 연방 눈물을 흘렸다.

몇몇 가족은 실종자의 유실을 우려했다. 함미 예인 현장에 있었던 한 실종자 가족은 “예인되는 함미를 실제로 보니 연돌만 떨어진 게 아니라 한 층이 다 뜯겨 나갔더라”며 “충격이 예상보다 컸던 것 같은데 저런 상태라면 갑판에 있던 실종자들은 찾기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평택=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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