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춘천고 ‘학생외출 금지’ 과잉통제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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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측 “생활지도-면학 분위기 조성 위해 불가피”
학부모 “준비물 못챙길땐 낭패”… 주변상인도 반발

강원 춘천시의 춘천고가 학생 외출을 전면 금지해 과잉통제 논란이 일고 있다. 춘천고는 지난달 12일 홈페이지 학부모게시판에 안내문을 올려 외출 통제 이유를 밝힌 뒤 15일부터 교문을 걸어 잠그고 학생들의 외출을 금지했다. 이를 위해 별도 예산을 편성해 경비원을 채용하기도 했다.

학교 측이 밝힌 외출 금지 이유는 학생 생활 지도와 면학 분위기 조성. 학교가 도심에 근접해 있어 외출이 공부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게 하며, 불필요한 과소비 욕구를 부추긴다는 것.

이에 따라 학생들은 오전 8시 등교 이후 오후 10∼11시 하교 때까지 바깥출입을 못하고 있다. 이 학교에는 매점이 없어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 저녁시간에 교문 앞 가게에서 필요한 문구류나 간식거리를 구입해 왔다. 그러나 외출 금지 조치로 이런 행위가 전면 금지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학부모 최모 씨(45·여)는 “학교 측의 결정도 존중하지만 준비물을 미처 챙겨가지 못한 경우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이 참고서를 사러 갈 수도 없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또 “한창 식성이 좋은 시기에 간식을 사 먹을 수 없게 돼 걱정스럽다”며 “그렇다고 매일 간식을 챙겨 보낼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일부 학생은 외출하기 위해 담을 넘고 있어 사고 우려를 낳고 있다. 학교 옆 건물에 사무실이 있는 직장인 이모 씨(44)는 “점심시간이면 학생들이 기숙사 인근 담을 넘는 것을 종종 보았다”며 “그러다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도 불만이기는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고객이 학생들인 학교 앞 구멍가게와 분식점 업주들은 장사에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하소연한다. 급기야 지난달 23일 상인 경모 씨(48·여)는 강원도교육청에 청원서를 보냈다. 경 씨는 “학생 손님 발길이 완전히 끊기면서 가게 임차료를 못 낼 정도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학생들의 외출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춘천고 관계자는 “가게 사정도 딱하고 학생들의 불편도 이해하지만 생활 지도를 위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학생들도 처음에는 불만이 많았지만 이제는 수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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