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U제복이 존경받는 사회]<下>존경받는 MIU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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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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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예우말고 ’희생자 박물관’ 하나라도 먼저…

턱없이 미흡한 교육
교과서에 순직용사 全無
보훈 관련시설 관람객 외면

시민이 체감할 예우를

각종 행사에 MIU 우대하고
초중고 강연초청도 늘려야


“국기에 대한 맹세요? 조회 때 하긴 했는데 따로 배우거나 외운 적은 없어요. 어떤 뜻으로 하는지 마음으로는 대충 알겠는데 정확한 의미를 모르겠네요.”(초등학교 6학년생 박모 군)

소리 내어 외면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억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는 우리 초등학생들에겐 낯선 문구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 교육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 교육청 재량에 따라 대부분 월요일 조회 때 한 번 하는 수준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 씨(26)는 “저학년 때는 열심히 하지만 고학년들은 하는 둥 마는 둥 한다”며 “선생님들도 영어, 수학 등 교과목에 신경 쓸 여력도 없어 이런 것까지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형식뿐인 교육, 존경 없는 사회

교과서도 우리 아이들에게 MIU에 대한 존경심을 키워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동아일보가 초등학교 3∼6학년 도덕 교과서와 생활의 길잡이 및 지도서를 살펴본 결과 군인, 경찰, 소방관 등 MIU의 모습은 교과서에 사진이나 삽화까지 다 포함시켜 봐야 총 44회 등장하는 데 그쳤다. 내용도 6학년 ‘생활의 길잡이’에 등장하는 이라크에 파견 나가 있는 국군의 이야기 정도가 눈에 띌 뿐 군인이 비무장지대의 철책을 지키는 풍경(6학년 도덕), 수갑을 채운 범죄자를 이송하는 경찰(6학년 생활의 길잡이)과 같이 직업적 특성을 보여주는 일반적인 것이었다.

또 ‘국경없는 의사회’, 일본 지하철에서 사람을 구한 고 이수현 씨의 이야기는 있었으나 연평해전 순직 용사 등 MIU의 이야기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1965년 군사훈련 도중 잘못 투척된 수류탄을 몸으로 막아 대원들을 구한 강재구 소령의 이야기는 한때 교과서에 실렸다가 빠졌다. 교과서에 나온 MIU는 해군을 창설한 손원일 제독과 독도의용수비대 홍순칠 대장 정도였다.

일상에서 국민들이 자연스레 MIU를 기릴 수 있는 여건도 부족하다. 전쟁기념관 등 전국의 국가보훈처 지정 기념관은 55곳이나 되지만 특색 없는 전시프로그램 때문에 관람객들이 많지 않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만이 지난해 연간 관람객이 100만 명 정도로 그나마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 당시 파손된 ‘참수리357호’는 MIU의 헌신을 잘 보여주는 역사자료지만 정작 사람들이 쉽사리 찾기 힘든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에 전시돼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MIU는 소홀히 다뤄진다. ‘분노의 역류’의 소방관, ‘다이하드’의 경찰관 등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MIU는 친근하면서도 영웅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는 ‘투캅스’ 등에서와 같이 대체로 부패하고 재물을 탐내는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가사 속에서 경찰은 비하되며 조롱의 대상이 된다.

○ MIU의 존경받는 내일을 위하여

사회 각계에선 이제라도 정부나 기관의 각종 행사에 상이군인 등 MIU를 우대해 초대하거나 초중고교에서 강연 자리를 만들어 한국 사회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용기를 지속적으로 되살리고 홍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호국보훈의 달 6월에 좀 더 다양한 행사로 국민들의 MIU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현충시설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곽진영 건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주마다 있는 국립묘지에 지역의 학생들이 늘 찾아가서 눈으로 보고 사고나 희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는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자연스레 고마움을 느끼면서 자라난다”며 “앞으로 우리도 희생자들의 기록을 정리한 박물관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현장학습을 활발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호성 전 서울교대 총장은 “교과서에 등장하는 영웅이 ‘유관순’에서 벗어나질 못하니 영웅이라고 하면 옛사람만 떠올리고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일도 ‘먼 일’로 생각하게 마련”이라며 “새로운 인물을 적극 발굴하고 재미있게 가르치기 위한 교수학습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2008년 이천화재 진화때 안면 중화상 김진태 소방장
▼“마스크 빨리 벗고 현장 출동해야죠”

피부이식수술 앞둬 휴직중
“생명 구하는게 나의 소명”

다시 입은 제복 2008년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로 얼굴과 손 등에 2∼3도 화상을 입었던 김진태 소방장. 복직했다가 휴직을 하고 5월 수술을 앞두고 있는 김 소방장이 현장에 돌아갈 날을 그리며 오랜만에 제복을 다시 입었다. 남양주=홍진환 기자
다시 입은 제복 2008년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로 얼굴과 손 등에 2∼3도 화상을 입었던 김진태 소방장. 복직했다가 휴직을 하고 5월 수술을 앞두고 있는 김 소방장이 현장에 돌아갈 날을 그리며 오랜만에 제복을 다시 입었다. 남양주=홍진환 기자
“지금도 밀폐된 건물 안에서 쿵쿵 소리가 나면 불안하죠. 하지만 불이 무섭지는 않아요. 역시 내가 있을 곳은 화재 현장인가 봐요.”

하얀 마스크를 쓴 김진태 소방장(44)의 얼굴은 반 이상이 가려져 있었다. 그가 마스크와 모자를 필수품으로 삼게 된 것은 2008년 12월 5일 7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에서 입은 상처 때문이다. 김 소방장은 현장에 투입됐으나 불길을 실은 거센 바람이 무게 30kg가량의 소화 장비를 멘 그의 몸을 한순간에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그는 얼굴과 양손 등에 2∼3도의 깊은 화상을 입었다.

사고 이후 8개월을 병상에 있었다. 처음에는 주말에 병실을 찾아오는 초등학교 5학년 된 아들과 일곱 살 난 딸을 만나는 것도 두려웠다. 하지만 그는 차츰 자신감을 되찾았다. 복귀를 위해 병원에서 붕대를 풀고 움직일 수 있게 되자마자 계단을 오르내리며 운동도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8월 구조대로 복귀했다. 복귀 후에도 아직 피부가 다 낫지 않아 내근을 했지만 소방서에 있으니 살 것 같았다. 추가 수술을 위해 2월부터 다시 휴직 중이지만 소방관들의 구조 장면이 어쩌다 TV에라도 나오면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한다. “출동하고 돌아와 대원들과 함께 무용담을 나누고 싶어요. 우리한테는 그게 가장 큰 훈장이거든요.”

김 소방장의 목표는 두 가지다. 먼저 빨리 완치돼 구조 현장에 투입되는 것. 5월에 추가로 피부이식 수술을 받은 뒤 서둘러 현장에 복귀할 예정이다. “구조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소명”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다음은 딸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 “친구들 중 자신만 가족사진이 없다고 보채는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빨리 마스크를 벗고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을 겁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美학교는 ‘성조기 충성서약’으로 아침을 연다▼
수업 시작전 ‘애국심 교육’
참전용사 초대 감사잔치도


7일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매클린 시에 있는 프랭클린 셔면 초등학교 1학년 학급에서 아이들이 첫 수업 전에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 있다. 매클린(버지니아 주)=최영해 특파원
7일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매클린 시에 있는 프랭클린 셔면 초등학교 1학년 학급에서 아이들이 첫 수업 전에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 있다. 매클린(버지니아 주)=최영해 특파원

“하나님 아래 한 국가이며 모두를 위한 자유와 정의를 상징하는 미합중국 국기와 공화국에 대해 충성을 맹세합니다.”

7일(현지 시간) 오전 9시 15분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매클린 시에 위치한 프랭클린셔먼 초등학교. 1학년 교사 케이트 윌슨 씨의 학급 아이들은 1교시 수업 직전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사리손을 왼쪽 가슴에 얹고 ‘충성서약(Pledge of Allegiance)’을 낭송하기 시작했다. 방송 모니터에 맹세문 자막이 나왔지만 아이들은 자막을 보지 않고도 줄줄 외웠다. 이 학급의 칠판 맨 왼쪽에는 성조기가 꽂혀 있다. 충성서약을 마친 아이들은 잠시 동안 눈을 감고 묵념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과 경찰의 헌신에 대해 기도하는 시간이다. 충성서약은 미국의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학교와 고교에서도 매일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거행하는 의식이다.

윌슨 씨는 “우리 반에는 미국인뿐 아니라 러시아 한국 일본 아랍 남아프리카 태생인 25명의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어 국기에 대한 충성서약은 미국에 대한 충성심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의 비키 덜링 교장은 집무실 서재에서 기자와 만나 “이 성조기가 바로 이라크 하늘에서 휘날리던 것”이라며 “이라크에 파견된 하빌랜드 대령이 내게 준 것”이라고 소개했다. 덜링 교장은 지난해 11월 11일에는 50명의 참전용사를 초대해 학교 강당에서 ‘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 행사를 열었다. 하빌랜드 대령은 이 학교 학생인 밸러리 하빌랜드의 아버지였다. 밸러리는 이날 아버지와 함께 전교생 앞에 서서 자랑스러운 아버지 얘기를 들려줬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조니의 할아버지도 초대됐고, 이날은 우리 학생들의 부모와 친척 등 군인 출신들을 위한 잔치였습니다. 육군과 공군 해군 해병대 출신 군인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고 우리는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육군과 공군 해군 해병대 등 군가를 5개나 불렀어요. 올해도 이 행사를 할 겁니다.”(덜링 교장)

군인을 학교로 초대하는 것은 비단 이 학교뿐만이 아니다. 많은 미국의 초중고교에서는 이날 군인을 초청하는 특별행사를 연다. 덜링 교장은 “사회 시간에는 군인과 경찰관 소방관 등 안전과 평화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을 고취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며 “재향군인의 날을 휴일로 정하지 않은 이유는 학교에서 이들의 헌신을 기리는 행사를 반드시 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매클린=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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