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기온 13.4도, 강우량 1400㎜, 맥반석 토양
기본조건에 더해 유해물질 배제한 농법으로 ‘최고급’
스코틀랜드 위스키 - 프랑스 코냑 처럼 ‘보성 녹차’ 알리기 노력
녹차의 고장 보성군 회천면에 있는 대한다원에서 농촌 아낙네들이 첫잎차(우전)를 따고 있다.박영철 기자
《스코틀랜드 ‘스카치위스키’와 프랑스 ‘코냑’, ‘보성녹차’의 공통점은? 정답은 ‘지리적 표시제’에 따라 세계적 반열에 오른 명품이라는 것이다. 지리적 표시제란 특정 지역의 지리적 요인이 상품의 특성과 명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지명을 상표로 등록해 배타적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명품’을 육성하는 제도. 국내에서는 보성녹차가 1999년 제1호로 등록됐다.》
○ 친환경으로 세계 ‘녹차수도(首都)’ 꿈꾼다
보성녹차는 지리적 표시제 등록 10년을 넘기면서 국내에서는 ‘녹차=보성’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보성군은 전국 최대 녹차 주산지로, ‘녹차수도’를 지역 대표 이미지로 가꿔가고 있다.
‘보성녹차’의 꿈은 다양한 국제 마케팅을 통해 그 이름만 듣고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차의 세계적 명품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과 미국, 유럽 수출 길을 연 데 이어 2008년 말에는 대한항공과 농협중앙회와 제휴해 기내식 재료에 선정되기도 했다. 자치단체 최초로 유럽연합(EU), 미국(USDA), 일본(JAS) 등 국제유기인증 및 미국 식품의약국(FDA) 안전성 인증을 모두 획득해 세계화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유기인증을 획득한 농가는 18농가(면적 128ha). 국제유기인증을 획득하려면 국내 유기인증을 받아 3년 이상 재배해야 한다. 토양, 찻잎, 만드는 과정 등에서 농약잔류검사를 모두 통과해야 하고 공장 등 주변의 유해환경도 없어야 한다. 인증을 받는 데는 지난해 6월 독일에서 열린 한국기업초청 유럽수출박람회에 참가해 마운트에베레스트사(독일)와 상테날(프랑스) 등 5개 사와 유럽시장 판매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 계기가 됐다.
보성이 녹차 생산에 가장 적합한 기후와 토양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산과 바다, 해양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가 만나는 지점에 자리해 일교차가 큰 점이 차의 아미노산 형성에 영향을 준다. 연평균 기온 섭씨 13.4도, 강우량 1400mm, 맥반석 성분이 함유된 토양으로 최적의 생육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안개 낀 날이 많아 차나무 성장기에 많은 수분을 공급하면서 자연차광 효과까지 더해 차 맛을 더욱 좋게 한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기반으로 보성의 녹차 재배면적은 국내 전체의 37%를 차지한다. 여기에 보성차는 친환경 자연조건까지 함께 갖췄다. 산비탈에 씨앗으로 파종하고 가꿔 생산자는 힘이 많이 들고 경영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소비자는 자연 상태와 같은 조건에서 재배되는 질 좋은 차를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정종해 보성군수는 “보성녹차가 천혜의 재배여건에다 까다로운 국제인증까지 통과한 만큼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안전성 높은 친환경 녹차로 명성을 다져 시장을 더욱 넓혀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 군수(郡守)가 품질 보증
보성군이 명품녹차 생산을 위해 가장 신경을 쏟는 것은 친환경 재배법을 철저히 지키는 일이다. 무엇보다 생산단계에서부터 품질관리를 위해 친환경 재배를 통한 ‘친환경농산물’ 인증과 철저한 안전성 조사는 물론 고품질 녹차 가공을 위한 신기술 개발 및 보급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단일 품목 녹차에 대해 군수가 품질을 인증하는 ‘보성녹차 군수품질인증제’를 시행해 차별화된 녹차 생산과 품질 향상에 힘쓰고 있다. 이 제도는 철저한 품질관리를 위해 ‘보성녹차 군수품질인증위원회’의 엄격한 품평을 거쳐 인증상표를 부여한다. 군수품질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겉모양새 △찻물 색 △맛 △향 △우린 잎 상태 등 5가지 평가기준을 대상으로 85점 이상(100점 만점)을 받아야 한다. 이 품질인증을 받은 녹차제품에는 인증상표와 함께 생산자 확인이 가능한 인증번호가 기재된 설명서가 부착돼 시중에 유통 판매된다.
군은 이 인증녹차에 대해 군과 유관기관 등의 우선 구매를 권장하고, 농특산물 홍보, 판촉, 전시판매 등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증 녹차의 부정 유통사례가 적발되면 인증 취소 등 강력한 사후관리로 명품 보성녹차의 우수한 품질을 지켜나간다는 방침이다.
농약, 화학비료 등 유해물질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노력도 철저하다. 차 안전관리 감시원 22명이 녹차밭을 누비며 감시활동을 벌이고 해마다 4월부터 10월까지 상시 운영체계를 가동해 보성녹차의 안전성에 위해요소가 될 만한 요소를 사전 차단하고 있다. 차밭은 물론 최종 가공 출하 단계에 이르기까지 체계적 품질관리에 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해마다 자체 품질평가회를 통해 녹차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순천대 등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정기적 품질평가도 거친다. 이런 ‘보성녹차’ 명성지키기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경남 김해에서 열린 제7회 국제명차품평 한국대회에서 금상을, 일본 시즈오카(靜岡) 세계 녹차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각각 수상했다. 지난해 4월에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 식품’으로 선정돼 전 세계에 그 성가를 알리는 등 품질 안전성과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5월엔 ‘보성녹차 대축제’▼
녹차의 모든 것을 보고 즐기는 ‘보성녹차 대축제’(제36회 보성 다향제)가 올해는 5월 1일부터 5일까지 열린다. 녹차 관련 축제로는 전국 최대 규모로 올해는 ‘녹차수도 보성’을 대주제로 ‘자연과 생명이 숨쉬는 보성녹차!’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첫 찻잎을 따는 시기에 맞춰 열리는 축제는 초록빛깔 융단의 고운 자태를 뽐내는 보성차밭을 배경으로 한 한국차소리문화공원이 주무대. 보성녹차를 널리 알리고 차 문화와 연관 산업을 육성하면서 관광수입도 늘리기 위해 올해부터 관(官)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 중심’으로 틀을 바꿨다.
올해 축제를 주관하는 보성차생산자조합(대표 서상균)은 직접 차를 생산하는 농가들이 주축을 이뤘기 때문에 축제 성공이 실질적인 지역 차 산업 발전과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축제 기간도 지난해보다 하루가 늘어나 닷새 동안 열린다. 차 문화 체험, 전시 판매, 공연 등 50여 가지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차 만들기와 찻잎 따기, 해차 무료시음, 다례(茶禮)시연, 녹차음식 만들기 등 체험 행사를 크게 늘려 관광객들을 ‘구경꾼’에서 ‘참여자’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공사 중인 ‘한국차박물관’도 축제 개막일 이전에 문을 열어 관광객에게 차의 모든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차밭과 가까운 보성군 일림산(해발 664m)에서는 330만 ㎡(100만 평) 산자락이 연분홍 철쭉으로 뒤덮이는 일대 장관이 펼쳐진다. 서상균 보성차생산자조합 대표는 “보성녹차대축제는 가족과 함께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축제”라며 “차 재배와 생산의 본산지 명성에 손색이 없는 최고의 차 문화 축제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茶禮를 배워 茶香을 ‘제대로’ 즐겨볼까▼
22곳 녹차체험장 애호가들에 큰 인기
“보성에서 차와 다례(茶禮)를 배워 보세요.”
해마다 5월부터 10월까지 보성 곳곳에 산재한 차밭을 중심으로 차와 차를 소재로 한 다양한 음식 만들기 체험장이 운영된다. 차 만들기 18곳, 녹차음식 4곳 등 모두 22곳의 녹차체험장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차 애호가들과 가족 학교 단위 관광객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체험장에서는 찻잎 따기와 차(음식)만들기, 다례체험이 가능하다. 녹차음식과 지역 농특산물 제공, 차밭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녹차체험은 사업을 주관하는 보성군 녹차사업단(061-850-5774, 5387) 또는 운영 주체인 전남도관광협회(061-285-0832,3)로 신청하면 된다. 참가요금은 1인당 1만2000원. 군은 전남관광협회와 협약을 맺어 20인 이상 단체관광객에게 지역별로 버스 임차료 일부를 지원한다.
보성군은 소규모 차 재배 농가의 경영안정과 차 산업 대외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보성읍 봉산리에 연건평 1만3862m²(약 4200평)에 하루 생엽 24t을 처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녹차가공 공장을 운영 하고 있다. 보성녹차영농조합법인이 위탁 운영하는 이 공장은 ‘녹차수도’의 소규모 재배농과 소비자가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생의 터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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