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쏠곳 없어 ‘훈련’ 손 놓은 强軍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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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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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地합동훈련장 포천에 딱 1곳… 대대급 4년에 1번꼴 기회“시끄럽다… 길막힌다” 민원새벽 차량 이용 전차 수송사격 줄이고 소총소음기 보급

육군 제20기계화보병사단이 지난해 12월 경기 여주군 강천면 남한강 일대에서 혹한기 도하 훈련을 벌이고 있다. 훈련에는 K-21전투장갑차와 K1A1전차 등이 동원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육군 제20기계화보병사단이 지난해 12월 경기 여주군 강천면 남한강 일대에서 혹한기 도하 훈련을 벌이고 있다. 훈련에는 K-21전투장갑차와 K1A1전차 등이 동원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수도군단의 한 전차부대는 사격훈련을 하기 위해 매번 도심지를 지나 150km를 이동해야 한다. 육군 모 사단은 지난해 사격훈련에 따른 소음 민원 때문에 연간 220회의 사격계획을 대폭 줄여 23회만 실시했다.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전투력을 높여야 하는 군이 훈련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방부는 한때 러시아 등 해외훈련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 4년 반에 한 번 공지(空地)합동훈련

육군 훈련장은 각개전투훈련장과 영점사격장까지 모두 포함할 경우 3600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대부분이 규모가 작아 중대급 이하 보병부대의 전술훈련만 가능하다. 보병 포병 전차 등 육군 전투병과가 한꺼번에 공군과 합동훈련을 할 수 있는 ‘제병협동 및 합동훈련장’은 전국에 10개에 불과하다. 작게는 30km²부터 크게는 160km²의 규모다.

하지만 1개 대대가 공군과 함께 실제 육·공군 전력을 모두 동원해 실사격까지 하는 공지합동훈련장은 경기 포천시의 승진훈련장 한 곳뿐이다. 나머지 훈련장에서는 공군의 실사격을 할 수 없다. 승진훈련장의 올해 일정은 이미 꽉 차 있다. 한국군이 36주를 사용하고, 미군이 8주를 사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8주는 겨울철 정비 등으로 훈련을 할 수 없다. 공지합동훈련은 대대급 부대를 대상으로 1주일씩 진행된다. 이 때문에 육군의 1개 대대가 공지합동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산술적으로 4년 반에 한 번꼴에 불과하다. 육군은 연초 훈련장 일정을 짤 때 1개 사단에 2차례 훈련장 이용권을 주기 때문에 1년에 사단 예하 9개 대대 중 2개 대대만 훈련을 할 수 있다. 통상 2년인 대대장 재임 중 공지훈련을 한 번도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군단급 규모의 기동훈련인 호국훈련이 1년에 가을 또는 겨울에 한 차례만 실시되는 것도 훈련장 사정 때문이다. 후방지역에서 실시되는 호국훈련은 주로 경기 여주군 일대의 1만 km²에서 실시된다. 군은 이 지역의 교통체증과 논밭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확이 끝난 늦가을 이후 한 차례로 훈련을 국한하고 있다.

○ 끊임없는 민원… 대안 찾기에 고심

20사단 예하의 한 여단은 부대에서 15∼20km 떨어진 경기 연천군의 다락대훈련장이나 임진강 인근 유역으로 가는 방법을 놓고 골머리를 앓았다. 전차 장갑차 등을 낮에 이동시키면 “먼지가 너무 난다” “교통체증이 심하다”는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비 이동시간을 새벽으로 옮겼지만 이번엔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다”는 항의가 쏟아졌다. 결국 새벽에 소음을 줄이기 위해 궤도차량 적재차량(트레일러)을 이용해 전차 장갑차 등을 실어 나르고 있다. 육군은 이 같은 차량을 50대 보유하고 있다.

1988년부터 확장 및 통합 작업을 진행하는 경기 파주시의 무건리훈련장은 아직까지도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의 백마사격장의 경우 주민들의 소음 민원으로 관할 부대는 실내사격장 설치를 검토하기도 했다. 군은 사격 소음을 줄이기 위해 소총용 소음기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저격수용 소음기가 훈련장 소음제거용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군은 한때 야포용 소음기 개발도 추진했지만 기술적 한계 때문에 포기했다.

군은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훈련장을 관광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포천시와 육군 8사단은 전투기와 헬기, 전차가 실제 포탄을 퍼붓는 승진훈련장의 훈련 모습을 일반인에게 공개해 안보교육장 및 관광명소로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포천시의회가 관련 예산을 통과시켜 주지 않아 중단된 상태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동영상 = K1 전차 “쏴~” 명령에 적 전차 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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