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江 저 너머, 새들은 벌써 봄마중 날갯짓

  • 동아일보

금강 가창오리 비상… 지리산 반달가슴곰…
환경부, 4대강 10개 생태 탐방코스 선정

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들이 경기 고양시 장항습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먹이를 먹는 곳(김포평야와 한강)과 잠을 자는 곳(장항습지)을 따로 정하는 습성이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들이 경기 고양시 장항습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먹이를 먹는 곳(김포평야와 한강)과 잠을 자는 곳(장항습지)을 따로 정하는 습성이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찰랑찰랑 물이 고인 논 위에 하얗고 작은 꽃이 피어올랐다. 얇은 꽃잎 다섯 개가 노란 꽃술을 감싼 모습이다. 물속에 잠긴 줄기는 미나리를 닮았다. 멀리서 보면 논 위에 하얀 꽃잎을 흩뿌려놓은 것 같다. 미나리아재빗과의 꽃 매화마름이 핀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의 봄 풍경이다.

이곳에서 한 시간 정도 차를 달리면 경기 파주시 재두루미 도래지가 나온다. 갈대와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김포 둑길을 따라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홍도평, 돌방구지 지역에서 재두루미와 만난다. 2월이면 러시아 쪽으로 날아갈 채비에 한창일 때다.

한강을 건너 경기 고양시 장항습지에 가면 버드나무와 말똥게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개울의 골에 물이 빠지면 갯지렁이와 재첩이 드러난다. 재두루미를 테마로 한 한강의 생태탐방 여행을 가면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 한강 재두루미 등 4대강 생태 탐방

환경부는 최근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전국 4대강을 중심으로 한 10개의 생태 탐방 코스를 선정해 발표했다. 10개의 코스에는 각각 대표적인 생태자원을 딴 이름이 달렸다. 한강유역의 3개 탐방코스는 △한강하류의 재두루미 △북한강의 수달 △남한강의 단양 8경이 각각 주인공이다.

금강유역은 ‘가창오리의 비상’과 ‘금강 발원지’ 두 개의 코스를 선정했다. 금강 하구의 철새도래지에는 가창오리를 비롯해 개리, 검은머리물떼새 등 해마다 약 20만 마리의 철새가 찾아든다. 이곳에는 한국에 서식하는 도요새와 물떼새의 50%가 머문다. 이곳을 출발해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 하나인 신성리 갈대밭이 나온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낙동강 유역에선 △낙동강 옛길 △주남과 우포의 습지생태 △낙동강 하구의 철새가 꼽혔다. 경남 의령군 가례면 가례마을 뒷산 떡갈나무, 참나무 숲은 봄이면 하얀 왜가리 떼로 뒤덮인다. 왜가리 떼는 늦은 가을까지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가 겨울이면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로 향한다. 주변의 대평늪에선 자라풀, 세모고랭이, 창포, 노랑어리연꽃 등의 식물이 자란다. 1억4000만 년 전에 생성된 우포늪은 1200여 종의 동식물을 품고 있다. 하구의 습지보호지역은 고니 3000마리가 매년 찾아들어 장관을 연출한다.

영산강 유역에선 ‘하구의 철새’와 ‘지리산 반달가슴곰, 섬진강 수달’을 테마로 생태여행을 할 수 있다. 가시연꽃 군락지인 무안 회산 연꽃 방죽을 거쳐 차를 타고 30분 정도 이동하면 영산강 느러지에 다다른다. 강물이 S자형으로 굽이도는 느러지에서 영산강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방문해 반달가슴곰을 체험하고 섬진강을 따라 걸으며 수달, 고라니, 대륙족제비, 너구리, 삵, 오소리 등의 동물과 달뿌리풀, 갈대, 물억새, 금방동사니 등의 서식식물을 감상한다.

○ 생태탐방으로 자연과 문화를 이해

생태탐방은 우수한 자연 자원과 문화 역사 자원을 관찰하는 여행이다. 환경 피해를 줄이고 자연을 즐기는 것이 생태탐방의 방법이다. 최근 올레길, 둘레길의 인기로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 이번 4대강 생태탐방 지도는 강을 중심으로 한 모든 생태관광자원을 종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탐방 코스 선정을 총괄한 이관규 강원대 환경조경과 교수는 “4대강을 중심으로 대표적인 생태자원과 문화유산을 총망라한 뒤 자원 보전가치가 높고 접근성이 뛰어난 장소를 골랐다”며 “자연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생태 탐방지도에 각 장소의 이동시간과 거리를 표시했다. 여행 일정을 짜기에 편하다. 코스별로 길게는 1박 2일이 걸린다. 환경부는 또 강 유역별로 특화된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할 예정이다.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포켓지도를 만들어 배포하기로 했다. 자세한 내용은 환경부 생태관광 홈페이지(www.eco-tour.kr)에서 볼 수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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