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졸업식 때 첫 연주회를 하는 청송중 부동분교 밴드부 ‘플레잉’이 연습 중 이재영 지도교사(앞줄 왼쪽)와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이재영 교사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열심히 공부해 훗날 꼭 선생님 같은 교사가 되겠습니다.” 경북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 주왕산 자락에 있는 청송중 부동분교 3학년 임영기 군(16)은 8일 손때 묻은 기타를 만지며 이같이 말했다.
전교생이 24명인 부동분교에서 11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제37회 졸업식에는 특별한 연주회가 준비돼 있다. 임 군 등 2, 3학년 9명으로 구성된 ‘플레잉 밴드단’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 4곡을 연주한다. 두메산골 학교에서 미니 밴드부가 만들어져 연주회를 갖게 될 줄은 2년 전만 해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재영 교사 미니밴드부 결성
2007년 3월 이 학교에 부임한 이재영 수학교사(51)는 학교 분위기에 놀랐다. 학생들은 공부에 별 의욕이 없이 자신감을 잃은 채 생활하고 있었다. “학생들 대부분이 가정 형편이 어려웠어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음악이 좋겠다 싶더군요. 대학생 때 음악 동아리를 하면서 드럼이나 기타를 좀 다룬 적이 있어 학생들과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 교사는 18km 떨어진 본교의 창고에 방치돼 있던 드럼의 먼지를 털어내 가져오고 전자기타는 개인 돈을 들여 구입했다.
지난해 6월 밴드부를 결성했지만 드럼과 기타를 지도해줄 강사가 마땅치 않자 이 교사는 주말마다 안동대 음악 동아리 학생 2명을 자신의 승용차로 태우고 와서 지도를 부탁했다. 이 교사는 이 때문에 근 1년 동안 안동 본가에도 가지 못했다. 토, 일요일 연습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밴드부 이름을 ‘플레잉’이라고 지었다. 3학년 권용환 임은영(드럼), 배종범 임영기(기타), 2학년 최승현(드럼), 정혜연 김춘현(기타), 김가영 김유진 학생(노래)이 멤버다. 전자오르간은 없지만 드럼과 기타, 노래로 제법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처음이자 마지막 연주회 될수도
번듯한 그룹사운드는 아니지만 이들이 생기면서 학교 분위기도 훨씬 활기차게 바뀌고 있다. 김창섭 교장은 “지난해 10월 치른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한 명의 학습부진 학생도 생기지 않아 청송교육청 지정 학력우수학교로 선정됐다”며 “졸업식 때 멋진 연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11일 연주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내년에도 이어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분교 근무 3년을 마친 이 교사가 3월 다른 학교로 전근하는 데다 3학년 4명도 고교로 진학하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아쉬운 마음에 청송에 있는 고교로 근무를 희망한 상태다. 3학년 임은영 양(16)은 “처음엔 무척 어색했던 드럼이 이제 다정한 친구처럼 느껴진다”며 “후배들이 밴드부를 이어 나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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