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K2소총 빌려준 육군 중령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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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5정 반출… 114일만에야 회수
전현직 군인-회사 대표 등 11명 적발

뇌물을 받고 민간 업체에 허가도 없이 총기를 대여해준 전현직 군인들이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군용 K2소총을 민간업체에 대여해주고 지상군 페스티벌 참가업체 선정을 도와주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예비역 육군중령 송모 씨(53)와 돈을 건넨 N사 전 대표 김모 씨(54)를 구속하고 회사 관계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송 씨의 부탁을 받고 총기를 빼낸 홍모 중령(47)을 비롯한 3명과 뇌물을 받고 사격 관련 장치 개발을 도운 육군 김모 상사(36) 등 현역군인 4명은 군 수사기관으로 이첩됐다.

경찰에 따르면 육군교육사령부에 중령으로 근무하던 송 씨는 지난해 7월 N사 전 대표 김 씨로부터 “2009년 지상군 페스티벌 참가업체 선정을 도와주는 한편 페스티벌에 전시할 K2소총 5정을 대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50만 원을 받는 등 33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육군교육사령부 무기고를 관리하던 홍 중령 등 3명은 군용 총포를 외부에 반출할 때에는 육군참모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도 송 씨의 부탁을 받고 지난해 8월 12일 무기고에 보관하던 K2소총 5정을 임의로 반출했다.

N사는 군경용 사격 연습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는 영상 시뮬레이션 업체로 지상군 페스티벌에서 자신들의 부스에 K2소총을 전시하고 여기에 반동구현장치(실제 사격을 하는 것처럼 반동을 주는 장치)와 연결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볼 생각이었다. 지난해 10월로 예정됐던 행사는 정작 신종 인플루엔자A가 퍼지면서 취소됐지만 이들은 총기를 반납하지 않다가 114일 만인 11월 24일에야 총기를 돌려줬다. 경찰 조사 결과 송 씨는 대학생인 20대 초반의 아들을 N사에 취업한 것처럼 꾸며 아들 계좌로 매달 250만 원을 입금 받았으며 매달 100만 원까지 쓸 수 있는 법인카드를 건네받는 방법으로 뇌물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별도로 김 상사는 지난해 2월 강원 원주시 육군지원사령부에서 만난 N사 이사로부터 “반동구현장치를 시범 운영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500만 원을 받는 등 15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소문난 총기 전문가인 김 상사는 반동구현장치 기술을 완전히 개발하는 데는 실패했으나 K2소총과는 연결이 가능하게끔 만들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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