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동서남북/건설사들에 또 손벌리는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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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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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천세계도시축전 때 어려운 회사 사정에도 후원금을 냈는데 또다시 거액의 재래시장 상품권을 사달라고 하니….”

최근 인천시청을 방문한 뒤 재래시장 상품권을 사달라는 공무원의 말을 듣고 나온 A업체 관계자의 푸념이다. 이 관계자는 “자칫 공무원들에게 잘못 보이면 회사 영업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가능한 범위에서 재래시장 상품권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설을 앞두고 최근 인천지역에서 관급 공사를 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와 대형 사업장 관계자들이 잇달아 인천시청으로 호출돼 재래시장 상품권 구입을 강요받고 있다. 일부 규모가 작은 업체도 관련 공무원으로부터 전화로 요청을 받았다.

업체들은 지난해 인천세계도시축전에 앞서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100억 원대의 후원 및 기부금을 냈는데 또다시 거액의 재래시장 상품권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고 난감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다.

관급공사 발주 때 수주 성패를 좌지우지하는 관련 공무원들의 부탁을 뿌리치기 어렵다는 것. 인천시와 인천도시개발공사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 등 대규모 관급공사 발주처의 핵심 부서가 나서 재래시장 상품권 구입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준조세’ 성격과 다를 것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B사 관계자는 “사실 회사 매출 중 순이익에서 상품권을 구입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하청업체에 일정 양을 떠넘기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또 재래시장 상품권 구입을 결정한 업체는 어떤 용도로 사용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인천지역 재래시장 상품권을 서울시와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쉽지 않다는 것. 따라서 인천지역의 사회복지단체나 기관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재래시장 상품권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어려운 이웃을 함께 돕자는 취지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는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설 명절과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재래시장 상품권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3월 2일까지 기업과 공무원 등을 상대로 50억 원 규모의 재래시장 상품권을 팔기로 했으며 올해 총 80억 원을 판매할 계획이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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