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 송금앞둔 中동포들 ‘환율 눈치작전’

  • Array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위안화 절상 소문… “한푼이라도 아껴야” 은행 전광판 보며 3, 4시간씩 대기


“지금 송금하면 얼마예요?”

2일 오후 3시 반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하나은행 구로동지점의 중국동포 전용창구. 중국동포 신모 씨(55)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신 씨는 “1만 원에 583위안”이라는 은행 직원의 대답을 듣고 결심을 내린 듯 의자에 앉았다.

몇 년간 공사장에서 일해 차곡차곡 모은 돈 3850만 원을 중국에 보내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분. 가장 유리한 환율로 송금하기 위해 4시간 반 동안 은행을 오가며 환율 변화를 주시했던 신 씨는 송금을 마친 뒤 영수증을 몇 번이고 들여다봤다.

그는 “괜찮은 환율에 잘 보낸 것 같다. 내일 중국에 가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과 설을 보내고 돌아올 생각”이라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연휴 기간 중국 현지에서 송금한 돈을 찾아 상가도 구입할 계획이다.

최근 중국 춘제(春節·설) 연휴를 앞두고 한국에서 모은 돈을 중국에 보내려는 동포들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일부에서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제기되자 위안화가 약세일 때 보내야 한다는 조바심까지 겹쳐 은행 전용창구는 연일 북적인다.

○ 환율에 민감한 중국동포

하나은행을 통한 대(對)중국 개인송금 액수는 지난해 2월 334만5000달러에서 올해 1월 1785만6000달러로 무려 434% 증가했다. 송금 건수도 같은 기간 1172건에서 2929건으로 급증했다.

송금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환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위안 환율은 지난해 2월 평균 209.1원이었지만 지난달은 166.8원으로 1년 만에 원화 가치가 약 20% 올랐다. 중국이 달러당 6.8위안으로 환율을 고정해 둔 탓에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원-위안 환율이 10원 오르면 1만 위안(약 170만 원)을 보낼 때 10만 원이 더 든다. 피 땀 흘려 번 돈이기 때문에 중국동포들은 환율 변동에 누구보다 민감하다.

오가다 은행 문을 열고 불쑥 환율을 묻는 사람도 많다. 중국동포가 목을 쭉 빼고 “얼마예요?”라고 물으면 은행 직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563(1만 원을 바꿀 때 563위안이라는 뜻)”이라고 소리친다. 전용창구 직원들에게 수시로 전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 “원화 강세일 때 송금”… 적금 해약도

조만간 위안화가 절상(원화 가치는 하락)될 수 있다고 판단해 목돈을 송금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한 50대 남성은 “겨울철이라 공사장 일이 없어 중국에 다녀왔는데 현지 분위기를 보니 조만간 위안화 가치가 오르겠다 싶더라”며 “모아둔 돈을 중국으로 송금하려고 예정보다 일찍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1000만 원을 중국에 보냈다.

이 은행의 중국동포 전담 직원 김순연 씨(36·여)는 “지난해 초 원화가 약세일 때 송금을 미루고 적금을 들었던 동포들 중에는 원화가 강세일 때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적금을 해약하고 돈을 보내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최연진 인턴기자 고려대 생명과학부 4학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