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유자, 판 땅 못사게” vs “국민 재산권 침해”
찬- “원안과 달라졌어도 공익성 유지 필요”
반- “소급입법으로 국민권리 박탈은 위헌”
정부가 입법예고한 세종시 수정법안인 ‘연기, 공주 지역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세종시 원주민의 토지 환매권 행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을 둘러싸고 법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수정안 환매권 제한 규정과 쟁점
수정법안은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사업 예정 지역의 지정 고시일(수정안의 국회 처리 및 공표 이후의 정부 고시)로부터 기산한다’는 조항(24조 4항)을 뒀다. 원주민들이 세종시의 성격이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로 바뀌더라도 환매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국무총리실은 27일 브리핑에서 “국가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사업 목적의 동일성, 사업 시행 주체 및 구역의 불변성, 환매 시 사회적 비용 과다 등을 고려해 환매권 행사 제한 규정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박재완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업 지연, 비용 낭비 등을 막기 위해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개정안이 행정중심도시를 백지화하는 것인 만큼 환매 청구권 제기는 당연하다는 논리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보상법’은 토지의 수용 개시일로부터 10년 이내에 사업이 폐지 또는 변경될 경우 원래 토지 소유자가 환매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업 목적이 변경됐는데도 환매 청구권 행사를 막는 것은 ‘소급 입법에 의해 국민의 재산권을 박탈할 수 없다’고 규정한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종의 신도시 건설이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지, 행정부처 이전 예정 용지를 대기업에 싼값에 공급하는 특혜가 공공목적을 위한 토지 수용에 부합하는지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법관을 지낸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당 회의에서 “이미 발생한 환매권이 사후의 법으로 소멸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인 이석연 법제처장은 1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토지를 수용한 목적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세종시 법안은 전문개정이든 대체입법이든 환매권 행사는 필연적”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 과거 환매권 제한 사례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토지를 수용한 뒤 공공사업이 폐지돼 토지가 필요 없어진 경우 원소유자가 토지를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토지 수용권은 공공복리와 증진을 위해 불가피한 공익사업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2008년 5월 법제처는 학교시설 사업을 위해 취득한 토지가 국민임대주택단지조성에 편입되자 “환매권이 발생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1994년 서울시가 청사를 짓겠다며 서울 서초구 서초동 현 대법원 용지를 수용했다가 대법원 청사로 바뀐 사건에서는 “원래 목적과는 다르지만 같은 공공건물이고 오히려 공익성이 강화됐다”며 환매권 청구를 불허했다.
:: 토지 환매권(還買權) ::
원소유자가 땅을 되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보상법’ 91조는
‘토지수용 개시일부터 10년 이내에 공익사업의 폐지 또는 변경으로 인해 수용한 땅이 불필요하게 되거나 당초 목적대로 쓰이지 않을
경우 환매권이 발생한다’고 규정한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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