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찰, 사법개혁 바람타고 형소법까지 개정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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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협조자 형벌감면- 뇌물수사 획기적인 진전 기대
2. 참고인 출석의무- 연쇄 강력범죄 사전차단 효과
3. 영장항고제- 영장 기각돼도 불복절차 마련
4. 사법방해죄- 허 위진술 처벌 인력낭비 개선

정치권의 사법개혁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법무부와 검찰은 차제에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검찰에 유리한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 △참고인 출석의무제 △영장항고제 △사법방해죄 등이 도입되면 법원이 주도한 불구속재판 확대와 공판중심주의로 유죄 입증이 어려워진 수사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 도입

건설사 대표 A 씨는 인허가 관련 청탁을 도와달라며 전직 시의원 B 씨의 차명계좌에 1억 원을 송금했다. B 씨는 측근 C 씨를 시켜 이 돈을 인출한 뒤 곧바로 시청의 인허가 담당국장 D 씨와 한 식당에 잇달아 전화를 걸었다. 검찰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한 결과 B 씨와 D 국장은 그날 저녁 같은 식당 부근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B 씨 외 1인’이라고 적힌 식당의 예약장부 등을 근거로 A 씨와 B 씨, D 국장을 조사했으나 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결국 검찰은 C 씨에게 진실을 털어놓기를 권유했고 C 씨도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 앞에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C 씨는 변호인에게 “뇌물로 쓰일 것을 알면서 차명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는 일을 도와준 것만으로도 공범으로 처벌받는다”는 조언을 듣고 입을 닫았다. 결국 4명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다른 사람의 범죄사실을 증언하는 사람에게 처벌을 감면해주는 제도가 도입되면 C 씨처럼 마음을 돌리는 일을 막을 수 있어 뇌물수사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 “참고인 출석의무제 있었다면 혜진 예슬 사건 막았을 수도”

정모 씨는 2004년 7월 전화방 도우미 E 씨를 살해해 야산에 암매장한 뒤 이듬해 12월에는 또 다른 여성 F 씨를 성폭행했다. E 씨 살해사건을 조사하던 경기 군포경찰서는 정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물증을 찾지 못하던 중 2007년 5월 F 씨 사건 첩보를 입수했다.

경찰은 F 씨에게 출석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F 씨는 신분이 노출돼 또 다른 피해를 볼 것을 우려해 응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7개월 뒤 정 씨는 경기 안양시에서 초등생 이혜진 우예슬 양을 납치해 살해했다.

정 씨가 검거된 직후 군포경찰서 측은 “F 씨를 소환조사해 정 씨를 미리 구속했다면 두 어린이가 살해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크게 아쉬워했다. 참고인 출석의무제가 도입되면 이 같은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 영장항고제, 법-검 갈등 없앨까

검찰이 영장항고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언급하는 대표적 사건은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나섰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엘리스 쇼트 부회장 등 론스타코리아 관계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영장내용을 한 글자도 고치지 않고 재청구하는 강수를 뒀고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다시 기각했다. 이는 법원-검찰 갈등으로 비화됐다.

영장항고제가 도입되면 그 같은 갈등은 사라질 것이라고 검찰은 주장한다. 지금은 영장을 기각할 때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없음’이라는 식으로 간단하게 이유를 적지만 불복 절차가 마련되면 1심이나 상급심 재판부 모두 결정 사유를 자세하게 적게 되고 이 내용이 쌓여 판례와 같은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 사법방해죄 도입, 허위진술 차단

또 지금은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 등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서 친척 지인 등이 자신이 범인이라고 허위진술한 뒤 법정에서 이를 뒤집어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수사기관에서의 허위진술을 처벌하는 사법방해죄가 도입되면 이 같은 일이 사라져 법원, 검찰의 인력, 시간 낭비가 크게 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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