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벡 약값 인하 무산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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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심서 “정부 인하고시 취소” 판결… 환자들 “큰 고통”

“언제까지 약값을 감당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에 대한 정부의 보험약가 강제 인하에 대해 22일 법원이 1심에서 제약사 측 손을 들어주면서 백혈병 환자 가족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앞으로 항소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1심 판결이 유지되면 한 알에 2만 원가량 하는 글리벡 약값 인하는 무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부터 글리벡을 복용하는 한모 씨(48)를 뒷바라지하고 있는 부인 박모 씨(47)는 이날 소송 결과를 전해 듣고 시름이 깊어졌다. 약값 지출이 늘면서 한 씨는 1주일 동안 복용을 중단한 적도 있다. 박 씨는 “약값을 빼면 생활비가 50만 원도 남지 않는다”며 “현금서비스나 대출 등 가능한 대로 돈을 끌어서 약을 구입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김종필)는 22일 글리벡 제조사 한국노바티스가 “글리벡의 약값 산정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보건복지가족부를 상대로 가격 변경 고시를 취소해 달라며 낸 보험약가인하고시 취소 소송에서 노바티스 측에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초 정해진 글리벡의 상한금액 2만3044원은 미국 등 서방 7개국 평균가로 정해졌기 때문에 과대평가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글리벡은 혈액암의 표적치료제로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이는 약이지만 한 알에 2만3044원인 비싼 약값으로 시판 때부터 논란이 됐다. 하루 4, 5알씩 복용하는 백혈병 환자의 경우 약값의 5%만을 본인이 내고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지만 재발 방지 목적으로 복용하는 희귀병 환자 40여 명은 보험 적용이 안 돼 약값으로 월 300만 원 정도를 지출하는 상황이다.

환자들과 시민단체의 약값 인하 요구가 거세지면서 복지부는 지난해 6월 직권으로 글리벡의 가격을 약 14% 낮춘 1만9818원으로 고시했고, 한국노바티스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복지부는 “판결문을 송달받은 뒤 패소 원인을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최영준 인턴기자 숭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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