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에서 검은 상복을 입은 부인 정모 씨(49)는 화장장 위에 누운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화장장에 둘러친 나무와 숯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올랐다.
정 씨는 남편의 사망으로 18억60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6월 남편 안모 씨(51)는 20일 만에 국내 6개 보험사 10개 상품에 가입했다. 모두 사망 시 보험금이 나오는 특약상품이었다. 한 달 뒤 안 씨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에서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를 당해 숨졌다고 했다. 자카르타 교통경찰서에서 발행한 교통사고 조사보고서가 이를 증명했다. 자카르타 시내 S병원에서 발급한 사망진단서와 북자카르타에 있는 N화장장에서 대금을 치르고 받은 영수증도 있었다. 정 씨는 S병원 의사와 간호사를 매수해 허위 사망진단서를 받아냈다. 안 씨의 조카 전모 씨(32)는 이 서류들로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에서 사망공증을 받아 부산 연제구에 등록된 호적을 정리했다. 완전범죄를 위해 안 씨 부부는 7월 화장하는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어 보험회사에 제출하기도 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9일 남편이 사망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고 위조해 보험금을 타내려 한 혐의로 안 씨 부부와 조카 전 씨를 검거해 안 씨 부부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보험사 보험사기 조사팀에서 첩보를 입수해 내사를 벌이다 혐의를 포착하고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해 한국에 온 정 씨를 붙잡았다. 남편 안 씨와 조카 전 씨는 한국대사관에 자진 출두한 후 한국에 입국해 경찰에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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