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영어, 내신만 본다? 만점 수두룩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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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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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외고입시안 학부모들 불신-불안, 지금 서울 강남에선…

《교육과학기술부는 2011학년도 외국어고와 국제고 입시의 입학사정관에 의한 ‘자기주도 학습전형’에서 지원자가 ‘사교육 경험 유무’를 의무 기재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교과부가 당초 이 같은 무리수를 둔 것은 10일 발표된 외고 입시 개편안이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을 유발할 것이라는 비판 때문이었다.
외고 입시를 놓고 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학부모들은 △중학교 2, 3학년 영어 내신 성적 △학습계획서 △교장추천서로 압축된 변화된 외고 입시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일부 특목고 입시학원들은 외고 입시 개선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입학사정관반’ ‘자기주도학습반’ ‘외고입시컨설팅반’을 개설하고 새로운 외고 입시 ‘맞춤형 대비’에 나서고 있다.
입시 변화에 가장 민감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지역 학부모들과 학원가에서는 달라진 외고 입시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변별력없는 영어내신… 인증시험 대비해야 든든” 학원등록 장사진

예비 중학 3학년 딸을 둔 학부모 송모 씨(44·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최근 아이를 어학원의 영어인증시험반과 종합학원의 내신대비반에 등록시켰다. 교과부는 외고 시험에서 토플, 텝스 등 공인영어성적을 반영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내신만으로는 변별력이 없을 뿐 아니라 외국어에 대한 관심과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선 공인영어점수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는 게 송 씨의 생각이다. 실제 송 씨의 딸은 중1, 2 학교 영어시험에서 단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았다. “외고를 준비하는 거의 모든 학생이 학교 영어시험은 만점을 받는다”는 것이 송 씨의 주장.

그동안 외고 대비 영어듣기를 지도했던 어학원들은 최근 입학사정관전형 대비 영어인증시험반으로 전환하고 ‘내신영어보다는 영어인증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며 학부모를 설득하고 있다. 학부모는 일단 따르는 수밖에 없다. 송 씨는 “어차피 언제 또 전형이 바뀔지 모르고 구체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점수를 따놓는 것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교장추천서가 외고 입시 모든 전형에 포함되면서 전 과목 내신 성적을 ‘최상위권’으로 유지하기 위한 대비도 철저하다. 제한된 학생을 추천해야 하는 상황에서 학생을 선별하는 데 가장 객관적이고 분명한 것은 학교 내신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대치동의 A학원 원장은 “이전까지 영어듣기에만 ‘다걸기(올인)’했던 학부모들이 학교시험에서 ‘단 한 문제’도 안 틀리는 연습을 하는 전 과목 내신대비반에 자녀를 보낸다”고 말했다.

학교 내신이 똑같은 학생이 교장추천을 놓고 겨루게 된다면? 교내경시대회, 교육청 주최 경시대회,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학습의 중요성이 매우 커질 것이라는 것이 학부모들의 예측이다.
“교장추천서 받으려면 전과목 내신관리+교내 경시대회 수상은 필수”

학부모 정모 씨(43·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최근 딸이 다니는 학원의 상담실장에게 한 해 열리는 교내경시대회 일정과 대비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정 씨는 “이전까지 교내 수상은 외고 입시에 도움이 안 됐기 때문에 사설업체에서 주최하는 전국규모대회를 준비했지만 이젠 교내 과학창의력대회, 영어·수학경시대회, 글쓰기·독후감대회 등 학교 경시대회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아직까지는 눈에 띄지 않지만 교내경시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사설학원이 반드시 생겨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과 후 학습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사교육을 통해 실력을 기른 학생을 배제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방과 후 학습은 공교육으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 박모 씨(43·서울 양천구 목동)는 “‘내신 영어’ ‘내신 수학’ 같은 ‘내신’ 강의는 학교 시험과 직결되고 외고 입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 같아 새 학기엔 꼭 신청할 것”이라면서 “어차피 내신학원은 따로 다니겠지만 일종의 ‘관리’ 차원에서 수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추천서를 염두에 두고 학급반장, 임원선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자 담임교사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차별화는 학습계획서… 어느 학원 가서 지도받아야 하나”

학부모들의 또 다른 고민은 ‘학습계획서’다. 성적도 같고, 추천서도 같이 받았다면 학습계획서가 변별력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학원의 변화는 빠르다. 서울 목동의 한 특목고 입시학원은 최근 5층 높이 학원건물의 세로 간판과 건물 입구의 간판을 하나만 남겨두고 기존 ‘○○학원’에서 ‘○○입시컨설팅’으로 바꿨다. 목동의 한 종합학원 중3 팀장은 “특목고 입시반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종합학원이 종합적인 특목고 입시컨설팅 프로그램을 이미 마련했다”고 말했다. 모 학원이 내년 1월부터 시작하는 입시컨설팅 프로그램에 따르면 학생들은 주 1회 60∼90분 동안 △외고의 자기주도 학습전형에 대한 이해 △외고 입시 및 대입까지의 장기적인 진로 설계 △자기소개서 및 학습계획서 작성법 △필독 도서 소개 및 독서기록장 작성법 △실전 면접 대비 수업을 듣게 된다. 기존의 대입 논술강사와 외고 국어·사회 구술면접 대비반 강사, 입시상담을 하던 강사가 모두 입시컨설팅에 투입됐다.

큰 아이를 대원외고에 진학시키고 둘째의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부모 김 모 씨(47·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학습계획서에 아이의 실력과 잠재력, 노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한 줄이라도 특별한 것을 써야하기 때문에 봉사활동, 체험학습, 독서이력 등 준비해야할 것이 큰 아이 때에 비해 많아졌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C학원 부원장은 “과거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제공하던 유엔기구 탐방, 생명과학 분야 연구소 인턴, 아프리카 오지 봉사활동 등 시간과 비용, 네트워크가 필수인 각종 프로그램이 외고입시를 준비하는 중학생에게 짜여져 제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 내년 1월 5일자 ‘신나는공부’는 발행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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