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탄 ‘코리안 드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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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여관에 불… 막노동 네팔인 등 3명 숨져

충남 서산시의 한 여관에서 불이 나 ‘코리안 드림’을 안고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1명을 포함해 투숙객 3명이 숨졌다. 27일 오전 3시 50분경 충남 서산시 읍내동 S여관에서 불이 나 객실에서 잠을 자고 있던 네팔인 근로자 구릉 바하드 씨(35)와 공병학(51·식당종업원) 임광옥 씨(57·근로자)가 사망했다. 또 중국동포 근로자 김모 씨(57) 등 7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보니 여관 2, 3층으로 불이 번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불은 건물 1층 식당을 제외한 2, 3층 객실 12개를 모두 태워 5500만 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낸 뒤 50여 분 만에 진화됐다.

숨진 바하드 씨는 2000년 10월에 네팔에서 입국해 올해 8월부터 월 20만 원에 이 여관 201호에 투숙했다. 그는 인근 노동인력사무소 등을 통해 막노동을 하며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5년 4월 체류기간이 끝나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입국 당시 품었던 코리안 드림을 이루지도 못한 채 값싼 여관방에서 노동으로 지친 몸을 쉬려다 이역만리에서 불귀의 객이 되고 만 것.

경찰 관계자는 “불이 난 건물이 1970년에 지어진 낡은 건물로 연기가 매우 심했다”면서 “사망자와 부상자 대부분이 연기에 질식된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은 전날 기온이 크게 내려간 점 등으로 미뤄 투숙객이 난방용기를 사용하다 과열됐거나 누전 등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화재가 난 건물은 7월 소방당국이 안전점검을 했으나 별다른 지적사항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산=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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