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육군 방공진지를 서울시 전망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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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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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수방사, 관악-우면산 등 24곳 내년 개방
‘김신조 루트’등 철조망 없애고 산책로도 늘려

서울시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는 시 녹지 내 군 시설물 중 사용하지 않는 곳을 철거하고, 시민휴식공간으로 개방하고 있다. 관악산 일대 방공진지(위쪽) 8곳은 목재 데크가 설치된 전망 공간(아래쪽)으로 내년 7월까지 바뀐다. 사진 및 조감도 제공 서울시
서울시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는 시 녹지 내 군 시설물 중 사용하지 않는 곳을 철거하고, 시민휴식공간으로 개방하고 있다. 관악산 일대 방공진지(위쪽) 8곳은 목재 데크가 설치된 전망 공간(아래쪽)으로 내년 7월까지 바뀐다. 사진 및 조감도 제공 서울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 서면 경복궁 뒤로 호젓하게 솟은 북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처럼 서울 스카이라인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북악산은 인왕산, 낙산, 남산과 더불어 서울을 대표하는 산 중 하나다. 서울시가 올해 8월 광화문광장을 개방할 때 “광화문광장 어디에서나 북악산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 ‘김신조 루트’가 시민 산책로로

그러나 북악산은 그동안 시민들이 밟아 볼 수 없는 산이었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가 이끌고 내려온 북한 무장공비들이 청와대로 침투하기 위해 이용한 루트가 바로 북악산이었기 때문. 김신조 사건 이후 정부는 보안과 군 시설 보호를 내세워 41년 동안 일반인의 북악산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김신조 루트’로 불렸던 북악산 산책로가 일반인에게 개방된 것은 올해부터다. 서울시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가 사용하지 않는 서울시 녹지 내 군 시설물을 철거하고, 시민휴식공간으로 조성하기로 합의한 데에 따른 것. 오랫동안 개방되지 않은 북악산은 울창한 산림이 잘 보존돼 있어 도심 속 비무장지대(DMZ)라고 불릴 정도로 자연환경이 뛰어나 시민들의 개방 요구도 높았다. 최광빈 서울시 공원조성과장은 “버려진 초소같이 쓰지도 않는 군 시설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이를 철거하여 시민에게 휴식공간으로 돌려주자고 군과 합의했다”며 “철거 및 공원 조성비용은 시가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용하지 않은 채 버려진 시설이기에 대체 시설을 마련할 필요도 없다.

서울시와 군은 올해 10월 북악산을 가로막고 있던 철조망 1.6km와 초소 33곳을 철거한 뒤 숲을 조성해 생태를 복원하고, 산책로 2.6km를 꾸몄다. 이 같은 복원공사로 개방된 면적은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서 삼청각까지 총 90만 m²(약 27만2000평)에 이른다. 북악산 서울 성곽 길의 시설도 함께 보강됐다. 콘크리트 계단 길은 목재로 바꾸고, 열악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휴게시설도 보강공사를 벌였다. 악취가 나던 화장실은 현대식으로 바꿨다. 동물들의 이동을 막고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던 인왕산의 군 철조망 1.7km와 폐초소 두 곳도 함께 철거했다. 낙산공원에 방치돼 있던 군 물탱크 역시 철거한 뒤 녹지로 복원했다.

○ 육군 방공진지가 서울시 전망대로

서울시와 수도방위사령부는 이 같은 사업을 내년에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관악산, 우면산, 강서구 구암공원 내 미사용 군 시설이 대상이다. 관악산과 우면산 일대에는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됐던 육군 방공진지 14곳과 폐초소 10곳이 미사용 군 시설로 방치돼 있다. 적군 전투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설치한 이 시설들은 서울 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이 뛰어난 곳에 많은 것이 특징이다.

시는 안전시설을 보강하고 벤치, 계단 등을 설치해 내년 7월까지 전망 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최 과장은 “방공진지는 견고한 콘크리트로 돼 있어 철거하는 것보다는 목재 데크로 시설을 보강해 전망대로 꾸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우면산과 구암공원 내 미사용 초소 10곳도 함께 철거하고, 녹지로 복원해 시민들 품으로 돌려주기로 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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