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소방서, 홍보업무 챙기느라 화재-구급 인력 부족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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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홍보실적 평가로 본연 임무 소홀 부작용

‘도로에 나타난 뱀 수거’ ‘비닐하우스에 불-피해액 340만 원’ ‘벽돌공장에서 인부가 손 다쳐’….

경북도내 일선 소방서들이 최근 각 언론사에 e메일로 보낸 보도자료 제목의 일부다. 도내 16개 소방서에서는 홍보담당 직원이 이 같은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한다. 일선 소방서별로 차이는 있지만 이들 직원은 보도자료를 챙기느라 화재진압 등 본연의 업무는 거의 못하고 있다.

이는 경북소방본부가 ‘1등 경북소방 만들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올해 4월부터 소방홍보 등 27개 분야별로 일선 소방서를 평가하는 바람에 소방서마다 별도의 홍보 기능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경북소방본부는 소방홍보 분야의 경우 일간지와 방송 등에 어떤 크기로 게재 또는 보도되느냐 등으로 평가한다. 이로 인해 일선 소방서는 119구급차에 디지털카메라를 각각 비치하고 직원들에게 현장에서 홍보용 사진을 찍도록 하는 등 홍보업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선 소방서에서는 소방홍보 분야 평가의 부작용이 적지 않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소방서 관계자는 “화재진압이나 구조구급 등의 현장에는 인력이 부족한데 보도자료를 만드느라 인력이 낭비되고 있다”며 “일선 소방서에서 제각각 언론에 홍보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종전에는 홍보 실적을 평가하지 않았으나 올 4월부터 평가항목을 세분화했다”면서 “조만간 소방서 홍보직원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어 개선방안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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