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安국장, 이상득 만나 한상률 유임 청탁”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1월 27일 03시 00분


“대선때 ‘도곡동 땅 주인은 MB’ 문서 봤다 말해”

민주 송영길 의원 주장… 李의원 “만난적 없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
한상률 전 국세청장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기업들에게 부인의 미술관에서 고가의 미술품을 사도록 한 혐의로 구속된 국세청 안원구 국장(49)이 2008년 초반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만나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의 유임을 청탁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서울구치소에서 안 국장을 면회한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 국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할 때 상관의 소개로 알게 된) 이 의원의 아들과 친하게 지냈고 (그의 소개로) 2008년 1월 이 의원을 국회 부의장실에서 만났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의 말에 따르면 안 국장은 이 의원에게 ‘한 청장이 괜찮은 사람이다. 참여정부 때 총무비서관이었던 정상문 씨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것은 오해’라는 취지로 한 청장을 변명을 해주면서 ‘현 정부에서 유임시켜도 좋을 것’이라고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안 국장은 이어 같은 해 3월에는 이 의원의 포항지역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자신의 인사를 청탁했다고 말했다고 송 의원은 밝혔다.

민주당 ‘한상률게이트 및 안 국장 구속 진상조사단’ 단장인 송 의원은 “한 전 청장이 새 정권에서 유임되는 데 치열한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안 국장은 한 전 청장의 이명박 정권 인맥이 취약해 그 공백을 자신이 연결해줬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또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차명재산 의혹’이 일었던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과 관련해 안 국장이 ‘당시 대구국세청장으로 재직하면서 해당 토지를 구입해 개발한 건설회사를 세무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땅의 실제 주인이 이 후보라는 내용이 적시된 문서가 발견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안 국장은 ‘정치적인 사안이어서 우리가(국세청)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해당 문서를) 보안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며 “그는 음해 세력에 의해 자신이 이 후보의 뒷조사를 한 것으로 오해 받아 밀려나고 탄압받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득 의원은 지인들에게 “안 국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일본을 방문하고 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美체류 韓 전청장 “부하에게 인사청탁 말되나” ▼

한편 미국 뉴욕 주 올버니 소재 대학에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머물고 있는 한 전 청장은 25일(현지 시간) 특파원들과 만나 “(안 국장의 주장은) 끝도 없는 진실 왜곡”이라며 “적당한 시기가 되면 해명과 반박도 할 것이며 내 인격과 국세청 명예를 손상시킨 데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이 안 국장에게 3억 원을 요구했다는 안 씨 부인의 주장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부하 직원에게 그런 얘기를 할 바보가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또 새 정부 유임 로비를 안 국장에게 부탁했다는 주장에 대해 “밑의 사람에게 그런 부탁을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력히 부인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한 전 청장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귀국해서 조사받을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올버니=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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