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골목길에 예술옷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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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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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내년까지 낡은 담장 40곳에 벽화 채색”
주민 - 자원봉사자 직접 나서 꽃 - 곤충 등 그려넣어

서울 중구 신당동 광희초등학교 학생들이 24일 학교 담벼락에 도자기 타일을 붙이고 있다. 타일을 모아 만든 벽화는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위). 신당2동 골목 담장에 그려진 밑그림에 21일 주민들이 채색을 하고 있다. 주민 조민정 씨가
서울 성곽과 남산 N서울타워를 형상화해 도안했다. 변영욱 기자
서울 중구 신당동 광희초등학교 학생들이 24일 학교 담벼락에 도자기 타일을 붙이고 있다. 타일을 모아 만든 벽화는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위). 신당2동 골목 담장에 그려진 밑그림에 21일 주민들이 채색을 하고 있다. 주민 조민정 씨가 서울 성곽과 남산 N서울타워를 형상화해 도안했다. 변영욱 기자
“골목길 주변 담장에 벽화를 그려 예술 골목길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서울 중구 신당2동에 사는 조민정 씨(22·여)는 출퇴근할 때마다 오갔던 골목길이 늘 마음에 걸렸다. 단조로운 회색에 무늬도 없는 담장이 가뜩이나 삭막한 골목길을 더욱 우중충하게 만들었던 것. 마음껏 뛰놀 데가 없어 골목길에서 방황하는 아이들한테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디자인회사를 다니던 조 씨는 담장벽화를 그리면 한결 산뜻한 골목길이 되겠다 싶어 최근 중구 홈페이지 신문고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 골목길 담장에 ‘예술 옷’ 입히기

조 씨의 제안을 받아들인 중구는 밑그림을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조 씨는 주택가를 따라 늘어선 서울 성곽과 남산서울타워를 형상화한 스케치를 준비했다. 밑그림만 있으면 채색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만큼 주민들도 함께 벽화를 그려나가기로 했다. 중구는 신당2동 주택가의 골목길 중 한 곳을 선택해 주민들에게 알렸다.

초겨울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21일 오후. 조 씨와 주민, 초등학생 등 50여 명이 신당2동 충현경로당 앞 담장에 모였다. 회색 담장은 이미 시멘트를 바른 뒤 하얀 페인트를 덧칠해 ‘벽화 도화지’로 바뀌어 있었다. 조 씨는 직접 밑그림을 그려 나갔다. 조 씨의 손길이 지나간 곳에는 서울타워가 세워지고, 성곽이 쌓였다. 주민들은 조 씨가 그린 밑그림을 따라 색깔을 채워 넣었다. 그 배경에는 남산만큼 커다란 산이 겹겹이 자리 잡았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쯤 드디어 벽화가 완성됐다. 고사리 같은 손을 호호 불어가며 색칠을 하던 아이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폈다. 동참한 주민들은 “벽화 하나 그린 것뿐인데 골목길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우범지역에 등장한 담장 벽화

이곳에서 언덕을 따라 5분가량 올라가면 이런 골목길이 또 하나 있다. 신당2동 장원중학교 옆 언덕의 좁다란 계단 길이다. 이 골목길 역시 원래는 길이 40m, 높이 2.5m의 무채색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중구 관계자는 “음침한 곳에 자리 잡은 언덕길이라 ‘청소년 우범지대’라는 민원이 끊이질 않았던 곳”이라며 “벽화를 그려 넣은 뒤로는 민원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은 이 골목길도 함께 꾸몄다. 이달 7일 장원중, 숭의여대 아동디자인미술학과 학생들이 중구미술협회의 도움을 받아 꽃과 곤충을 형상화한 벽화를 담장에 그렸다. 담장 위에 흉물스럽게 덧씌워 있던 철조망도 제거했다. 숭의여대 학생들은 밑그림을 만들었고, 장원중 학생들과 인근 주민 25명이 직접 페인트를 칠했다.

중구는 내년까지 관내 골목길 40곳에 이 같은 ‘예술이 흐르는 골목길’ 사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정동일 중구청장은 “중구 일대는 도심공동화로 다른 지역보다 노후한 주택가가 많은 편”이라며 “삭막한 골목길에 예술을 불어 넣는 작업을 계속해 ‘문화 골목’으로 탈바꿈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변영욱 사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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