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금산 읍내에 왠 명문대 상징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3일 03시 00분


“학습의욕 북돋우자” 47개 조형물 설치… 예산낭비-학력지상주의 논란

충남 금산군이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북돋우고 명문대 진학 꿈을 키워주겠다며 거액을 들여 도심에 명문대학 등의 상징물을 설치해 논란을 빚고 있다.

금산군은 6월 금산읍 금산우체국 사거리 인도 650m 구간에 국비 5억 원과 군비 12억 원 등 모두 17억 원을 들여 국내외 주요 대학 상징물과 교육 관련 인물 동상 등 47개 조형물을 설치했다. 대학 조형물은 국내외 32개 대학의 상징 조형물과 학교 소개 안내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 대학은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포항공대, 육군사관학교를 비롯해 대전충남지역 4년제 대학, 시도별 거점 국립대학 등 29개 대학이며 외국 대학은 하버드대, 옥스퍼드대, 도쿄대 등 3개 대학이다. 여기에다 학습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아인슈타인과 간디 동상 등 별도의 조형물 15개를 설치했다.

금산군 관계자는 “조형물을 설치한 거리는 교육청과 금산여중고 금산산업고 등 교육 시설이 밀집한 곳”이라며 “학생들이 길을 지나면서 청운의 꿈을 갖게 하려고 조형물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금산군은 올해부터 군비 2억2000만 원을 투입해 지역 2개 고교생을 대상으로 ‘명문대 진학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데 너무 많은 예산을 쓴 데다 일부 조형물은 학력 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 상징물에는 최근 이 대학에 진학한 관내 학생 6명의 이름과 손도장을 새긴 조형물도 있다. 또 일각에서는 상징물 설치 과정에서 공사비 부풀리기와 부실시공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금산군에서 관련 자료를 건네받아 조사하고 있다.

금산참여연대 최병조 사무국장은 “그 많은 예산은 조형물 설치보다는 학생들의 학습여건 개선에 썼어야 한다”며 “예산 낭비에 대해 상급기관에 감사를 청구하는 등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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