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 2차확산 올까… AI와 결합땐 최악시나리오

  • 입력 2009년 10월 9일 02시 58분


춥고 건조해져 확산 가능성↑
방학전 퍼지면 속도 빠를수도

《올 4월 출현한 신종 인플루엔자A(H1N1)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한반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1957년 아시안 플루, 1968년 홍콩독감 등 20세기에 유행한 팬데믹(대유행) 독감은 반년쯤 지나 더 지독한 독성을 띠고 대규모로 확산되곤 했다. 이달 중순이면 신종 플루가 한반도에 출몰한 지 딱 반년이 된다. 2차 확산이 시작되면 파괴력은 가공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과연 신종 플루 2차 확산이 대재앙을 불러올까. 》
RNA바이러스, 예측불허 변이
독성강한 변종 언제 나올지 몰라

○ 계절-환경요인, 확산에 유리
신종 플루의 확산은 계절적 요인과 사회적 환경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바이러스는 춥고 건조한 날씨에서 더 오래 산다.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부터는 바이러스가 더 오래 살아남기에 안성맞춤이다. 사회적인 요인도 맞아떨어진다. 2007년 과학학술지 ‘네이처 리뷰 지네틱스’는 지역 사회에서 인플루엔자가 퍼지는 과정에서 학교와 집을 오가는 학생들의 역할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가을은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각급 학교가 다시 문을 여는 때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도 훨씬 길어진다. 감염자와 비감염자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추석 명절 벌어진 대규모 인구 이동도 전국적인 2차 확산에 불을 지필까 우려된다.
○ 돌연변이 과연 일어날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러스감염대응연구단 부하령 박사는 “신종 플루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일어날지는 전문가들조차 알 수 없지만 가능성은 항상 있다”고 말한다. 계절적으로 찾아오는 독감 바이러스와 섞여 변종이 생기면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1918년 출현한 스페인 독감은 계절 독감 바이러스와 섞여 수차례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반복해서 나타났다. 바이러스는 어느 정도 변형을 예측할 수 있는 DNA바이러스와 예측 불허의 RNA바이러스로 나뉜다. 신종 플루 바이러스도 다른 독감 바이러스처럼 돌연변이를 예측하기 힘든 RNA바이러스다. 특히 신종 플루는 8개의 RNA 가닥으로 이뤄진 유전자가 서로 섞이면서 쉽게 변종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독감 바이러스 백신도 만들기 힘들다. 지금까지 신종 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에 내성을 갖는 변종을 포함해 약 30개의 변종 신종 플루 바이러스가 보고됐다.
○ 변종 바이러스 나오면 독성은?
신종 플루 같은 팬데믹 독감은 한 번 출현하면 1∼2년간 유지된다. 신종 플루는 확산 속도가 빠를 뿐 독성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감염되는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H5N1)와 섞여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AI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낮지만 치사율이 60%에 이른다. 반면 신종 플루는 인체 감염률이 높지만 치사율은 낮다.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바이러스의 고유한 특징인 유전자 재편성이 일어날 경우 어떤 변종 바이러스가 생겨날지 예측하기 힘들다”며 “만에 하나 신종 플루에 감염된 환자 몸속에 AI 바이러스가 침투할 경우 치사율과 감염률이 높은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1957년 유행한 아시안 플루도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100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
○ 백신 언제 맞아야 하나
이달 5일 미국에서 신종 플루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다음 달 중순부터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독성이 강해진 바이러스에 백신은 효력을 보일까. 실제로 예방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몸에 이미 항바이러스 면역물질이 생겨 독성이 강해진 바이러스와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 독성이 강한 변종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우다. 생명연 부하령 박사는 “2차 확산에 대해 너무 큰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면서도 “무방비 상태에서 독성이 커진 바이러스에 감염된 백신 비접종자 사이에서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국민의 27%(1336만 명분)만 맞을 수 있는 백신이 확보될 전망이다.
○ 주사 스프레이 백신 어느 것을 맞을까
미국에서 사용되는 백신은 미국 제약사 메드이뮨이 만든 스프레이형 제품인 ‘플루미스트’다. 스위스 노바티스, 호주 CSL, 프랑스의 사노피 파스퇴르와 함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4개 신종 플루 백신 중 하나다. 이 백신은 코에 뿌리는 형태다. 스프레이와 전통적인 주사 중 어느 것이 좋은지는 논란이 많다. 미국 미시간대 공중보건대학원 아널드 몬토 교수팀은 “신종 플루의 경우 어른이나 아이 모두 주사나 스프레이 방식 다 괜찮다”고 지난달 24일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메디신’에 발표했다. 한국은 주사제 형태의 백신이 접종될 전망이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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