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취유인 범죄 2년새 크게 늘어

  • 입력 2009년 10월 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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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까지 320건… 2007년 총 건수의 2배
전문가 “대부분 강력범죄… 중한 처벌 필요”

# 여섯 살배기 딸을 둔 장모 씨(47·여)는 지난달 18일 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하다.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에서 잠시 아는 이와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함께 서 있던 딸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 6시간 만에 찾은 아이는 “과자를 사주겠다”는 노숙인 김모 씨(49)를 따라간 것으로 드러났다. 붙잡힌 김 씨는 “데려가 키우려고 했다”고 둘러댔다.(약취·유인)

# 경기 광명시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노래방 도우미 신모 양(19)의 시체가 발견됐다. 범인은 서울의 한 구청에 근무하는 공익요원 장모 씨(26). 장 씨는 7월 11일 신 씨가 일하는 노래방에서 무일푼으로 유흥을 즐긴 뒤 “집에 가면 시간당 3만 원을 쳐서 주겠다”고 신 씨를 유인해 야산으로 데려가서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약취·유인 및 살인)

최근 ‘나영이 사건’ 등 미성년자나 부녀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력 사건이 화제에 오른 가운데 2년 새 다른 사람을 유인하거나 강제로 연행·감금하는 범죄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5년 146건, 2006년과 2007년 166건에 불과하던 약취·유인범죄 건수는 2008년 262건, 2009년 7월까지는 320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7개월 동안 집계한 건수가 2007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전체 건수의 2배에 이를 정도로 증가한 것이다. 비슷한 기간(2005∼2008년) 5대 범죄인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범죄는 많아야 1.2배 증가했거나 도리어 줄었다.

검거 건수도 크게 늘었다. 약취·유인 혐의로 누군가를 입건한 경우는 2007년 159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7월까지 315건에 이르렀다. 검거율도 2008년에는 발생사건의 77.5%(203건)였다가 올해는 98.4%(315건)로 부쩍 높아졌다.

여기에는 2008년 혜진·예슬양 사건 이후 높아진 국민적 관심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과 유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예전이면 신고하지 않았을 일들을 신고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의 어려운 경제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약취·유인범죄 등 직접 사람을 대상으로 삼는 범죄는 주로 극한에 몰린 사람들이 저지르는 범죄”라며 “2008년 이후 금융위기로 경제 전반이 어려워지자 영리추구 목적의 약취·유인이 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약취·유인범죄의 경우 가해자와 아무런 원한관계가 없는 무고한 약자가 피해를 보고, 대부분의 경우 유괴,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로 이어지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한다. 곽 교수는 “같은 종류의 범죄보다 더 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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