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보행 습관 돼서…” 우측보행 첫날 출근길 지하철 혼란

  • 입력 2009년 10월 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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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지하철 3, 4호선이 만나는 충무로역.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던 회사원 김남선 씨(34)는 4호선으로 갈아타려고 계단을 오르다 하마터면 위에서 내려오던 사람과 부닥칠 뻔했다.

계단에 붙어 있는 ‘우측보행’ 스티커를 따라 오른쪽으로 계단을 오르는데 위층 4호선 승강장에서 내린 승객들이 승강장에서 가까운 계단 왼편으로 우르르 내려온 것. 좌측보행 인파가 내려갈 때까지 꼼짝도 할 수 없었던 김 씨는 “우측보행을 하려 해도 사람들의 좌측보행 습관 때문에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7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지하철, 철도, 공항 등 대중교통시설과 공공기관에서 우측보행이 시범 실시된 첫날인 1일. 시민들은 아직까지 낯선 우측보행에 비교적 잘 적응하는 모습이었지만 출근시간 일부 혼잡한 지하철 역사를 중심으로 혼란을 겪었다.

국토해양부와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등은 에스컬레이터의 운행 방향을 바꾸고 계단과 벽에 우측보행 스티커를 붙이는 등 일찌감치 홍보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이용자가 많은 출근길 일부 지하철역에서 우측보행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1, 2호선이 만나는 신도림역에서는 시민 대부분이 앞사람을 따라 여전히 좌측보행을 하고 있었다. 공익근무요원 손모 씨(22)는 “바쁜 출근시간에 통행 방향을 신경 쓸 여력이 있겠느냐”며 “낮시간대면 몰라도 출퇴근시간에 우측보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2호선과 3호선의 환승역인 사당역이나 2호선 삼성역의 상황도 비슷했다. 좌측보행을 하는 시민이 훨씬 많았다. 사람들이 별로 붐비지 않는 통로에서도 좌측보행을 하는 이유를 묻자 “습관이 돼서” “다른 사람이 좌측보행을 하니까 혼자 우측보행을 하기 불편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시설 교체가 끝나지 않아 불편을 겪는 곳도 있었다. 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역은 승강장과 역사를 잇는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가는 게 오른쪽에 있는 우측운행이었지만 역사와 고속버스터미널을 잇는 에스컬레이터는 여전히 좌측운행 중이었다. 서울시 도시철도팀 관계자는 “운행 방향을 바꾸기 힘든 구형 에스컬레이터는 내년 7월 본격 시행 전에 교체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운행 방향 전환 시 승객의 동선이 꼬이거나 한 방향으로만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등은 교체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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