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새 트렌드 신용카드 ‘포인트 기부’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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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돈 가치있게 쓰자”30대-남성 중심으로 활발

직장인 한규식 씨(33)는 석 달에 한 번씩 신용카드사 홈페이지를 찾는다. 매달 적립되는 카드 포인트의 절반을 기부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한 씨는 지난해부터 분기별로 적게는 2000원, 많게는 1만 원의 포인트를 빈곤 어린이를 돕는 데 기부하고 있다.

그는 “매년 쓰지도 않고 없어지는 카드 포인트가 1200억 원 이상이라는 얘기를 듣고 적립 포인트 사용 방법을 찾던 중 포인트 기부를 알게 됐다”며 “내가 안 쓰면 사라지는 포인트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가치있게 쓰인다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포인트 기부가 경기침체 속에서도 한국 기부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30대와 남성 소비자들이 포인트 기부를 통해 이웃사랑을 적극 실천하는 모습이다.

○작년 포인트 기부 10억 원 넘어

포인트 기부금액이 많은 카드사와 은행(신한, 비씨, 삼성, 현대카드 및 국민은행)의 기부실적을 14일 집계한 결과 지난해 포인트 기부금액은 총 10억6618만 원으로 나타났다. 2007년 기부금액(4억4256만 원)의 2배를 훨씬 웃도는 규모로 총기부액수가 10억 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신용카드 포인트 기부는 카드 사용금액의 0.1∼5%씩 적립되는 포인트를 현금 대신 사랑의 열매나 유니세프, 아름다운재단 같은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는 방식. 카드사 홈페이지나 카드사가 마련한 기부전용 사이트에서 기부하고자 하는 단체와 기부 포인트 금액을 선택하면 된다. 직장인 최지홍 씨(29)는 “카드사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기부처와 내가 기부한 포인트의 사용처가 잘 소개돼 있다”며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의 포인트를 적은 액수라도 손쉽게 기부할 수 있다는 게 포인트 기부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30대 남성이 포인트 기부 주도

비씨카드가 올해 상반기 자사 포인트 기부현황 1만732건을 분석한 결과 30대가 46.7%(5012건)로 기부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가 기부한 금액은 1744만 원으로 전체 금액의 40%를 차지했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20대 기부(1302건)가 작년 상반기(831건)보다 57% 이상 늘어난 게 특징이다. 또 남성 고객의 기부가 6132건으로 여성 기부 건수(4600건)를 앞섰다. 건당 평균 기부금액도 남성이 4254원으로 여성(3608원)보다 많았다.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는 자선 기부 외에 정치나 문화 분야에 포인트를 기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한카드 고객들은 지난해 국민문화유산 1호로 지정된 전남 보성의 남도여관(옛 보성여관)을 복구하는 데 2446만 원의 포인트를 기부했다. 신한카드는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제휴해 국회의원 후원금도 포인트로 기부할 수 있게 했다. 올 상반기에만 4600만 원의 정치 기부 포인트가 모금됐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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