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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3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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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상자를 뜯어도 보고, 직접 만들어 봐도 도통 입체도형의 전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이땐 삼각형 또는 사각형 모양의 자석블록을 조합해 다채로운 모양의 입체도형을 만들어 보자. 그리고 이를 다시 분해해 평면에 펼쳐놓는(전개도) 활동을 해보자. 우주선, 로켓 모양 등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모양의 입체도형을 만들고 친구들에게 자기의 ‘작품’을 설명하게 하면 수학에 대한 흥미는 물론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이번엔 분수에 특히 약한 학생의 경우. 분수의 크기를 비교하는 문제가 나왔다 하면 여지없이 틀리는 학생에겐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땐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해준다.
“토끼와 거북이가 100m 경주를 했는데 5분 뒤 토끼는 6/10만큼 갔고, 거북이는 3/10만큼 달렸어. 누가 더 멀리 간 걸까?”
100m를 10칸으로 나누고 여섯 번째 칸엔 토끼 모양의 스티커를, 세 번째 칸엔 거북이 모양의 스티커를 붙이도록 하면 아이는 쉽게 문제를 해결한다.
학생들이 복잡하고 추상적으로 느끼는 수학. 여기에 ‘스토리’를 가미하고, 다채로운 교구를 활용한 게임과 활동으로 수학문제를 변형해 학습효과를 높인 이런 방법들은 모두 ㈜타임교육 산하 ‘매스티안 연구소’가 미국 교육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한 아이디어.
초등 수학교재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매스티안 연구소는 다채로운 활동 중심으로 수학 개념을 익히는 수학교과서와 워크북, 교구, 온라인 학습프로그램, 교사를 위한 동영상 지도안 등으로 구성된 이른바 ‘매스티안 매스(Mathtian Math) 프로그램’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이 프로그램은 7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공립초등학교인 ‘서드 스트릿 초등학교’(California 3rd Street Elementary School)의 여름방학 캠프 수업 교재로 정식 채택되면서 미국 교육시장에 진출했다.
매스티안 매스 프로그램에 대해 이 학교는 “50여 개의 다채로운 교구를 활용해 활동을 하고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며 수학적 개념을 익히도록 구성돼 있어 학생, 학부모의 반응이 매우 좋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헷갈리는 확률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종이인형에 알록달록한 치마, 바지, 티셔츠를 돌려가며 입혀보고 다르게 입을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세어 보면 자연스레 답이 나온다. 3, 4명이 팀을 이뤄 주어진 시간에 가장 많은 경우의 수를 찾은 팀이 이기는 게임을 하면 수학공부의 흥미는 배가된다. 이런 게임을 통해 학생들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체득하게 된다.
미국 교육시장을 움직인 매스티안 매스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은 뭘까. 그것은 독특한 기획과 참신한 아이디어, 학생과 학부모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서비스에 있었다.
○ 수학에 감정을 이입하게 하라
초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과서는 학습효과를 상승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프로그램의 수학교과서인 ‘매스티안 매스’를 살펴보자. 한국 소녀 ‘민지’, 백인 소년 ‘토머스’, 아프리카계 소년 ‘스위프탄’ 등 여러 인종을 대표하는 초등학생 6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교과서엔 이들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들은 성(城)에 들어가기 위해, 또는 보물을 얻기 위해 수수께끼를 푼다. 이 수수께끼는 덧셈과 곱셈 같은 단순 연산문제부터 분수, 확률 개념을 활용하는 사고력 문제까지 폭넓고 다채롭다.
학생들은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학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된다. 또 또래 주인공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문제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끝나면 ‘Let's play’(교구를 이용한 게임) ‘chat’(토론) 같은 학습활동이 뒤따른다. 학생들은 스티커, 나무블록 같은 교구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토론을 통해 친구들과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발표하면서 표현력을 키운다.
이 교과서에선 과학과 역사처럼 서로 다른 과목들을 접목한 교과통합형 문제도 눈에 띈다. 일상생활에서 억, 조 단위에 이르는 큰 수를 자주 접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과학)를 묻는 문제를 이용하는 것. 이는 다른 학문과의 연계성과 표현력,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을 중시하는 미국 수학교육의 철학과 동일한 맥락이다.
서드 스트릿 초등학교 관계자는 “매스티안 매스 교과서는 미국 수학교육에선 찾아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고 평가했다.
○ 소비자를 만족시킨 교육 서비스
문제풀이 위주로 구성된 매스티안 매스의 워크북은 7단계로 나뉘어 있다. 실력이 천차만별인 데도 같은 교재를 풀어야 하는 공교육의 ‘빈틈’을 채우기 위한 장치이다.
학생들은 매스티안 매스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진단시험을 치르고 그 결과에 따라 자기 수준에 맞는 워크북을 받는다. 컴퓨터 사용이 여의치 않은 학생은 선생님이 나눠주는 시험지를 받아 시험을 치른다.
매달 한 번 실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점검하는 시험(Review Test)도 치러진다. 실력이 향상된 학생은 더 높은 난도의 워크북을 푼다. 이렇게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이 연계돼 있어 학생들은 자기 수준에 맞는 문제를 풀면서 단계적으로 수학 실력을 쌓게 된다.
학기 말엔 △학생이 한 학기 동안 어떤 영역을 공부했는지 △전체 학생의 평균성적 대비 개인 성적은 어느 수준인지(막대그래프) △문제 해결·추론과 증명·의사소통·표현 등의 실력이 주마다 얼마나 향상됐는지(꺾은선그래프)를 상세히 추적한 성적표가 제공된다.
학생과 학부모는 영역별로 제시된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학생의 강·약점을 파악하고 취약 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의 실력 향상 정도를 전용 프로그램에 입력해 성적을 관리할 수 있다.
교사를 위한 지도안도 제공된다. 교수법이 담긴 지도안은 책자가 아닌 3∼4분 길이의 동영상으로 제작됐다. 수업 전에 교사는 해당 단원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학생들이 혼동할 수 있는 개념을 어떻게 하면 쉽게 설명할 수 있는지, 학생들의 실수는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지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매스티안 매스 프로그램의 해외마케팅을 진행하는 ㈜Tstudy 해외사업팀 조주영 팀장은 “이 프로그램이 정규수업의 교재로 채택될 수 있도록 미국 주 정부와 승인 절차를 논의 중”이라면서 “성적 평가 및 분석 등 온라인 프로그램을 접목한 특징을 살려 미국 전역에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