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조작 ‘간첩 일가’ 29년만에 무죄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재심청구 4명중 2명 사망
법원 이례적 사과문 발표

간첩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한 일가(一家)가 29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최철환)는 21일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돼 각각 징역 3∼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신귀영 씨(74·부산 기장군) 등 재심청구인 4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 조서와 자술서, 일부 증인의 진술은 피고인들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로서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며 “특히 피고인들이 불법 구금과 고문, 협박을 받아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선고 후 “국가기관이 자행한 불법 구금과 고문에 이은 유죄 인정으로 피고인들이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을 받은 데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별도의 사과문도 발표했다.

외항선원이던 신 씨를 비롯해 형 복영 씨, 당숙 춘석 씨, 사촌 여동생의 남편 서성칠 씨 등 4명은 1980년 2월 일본 동포에게 돈을 받고 국가기밀을 넘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2개월간 고문을 당한 뒤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귀영 씨와 춘석 씨는 각각 징역 및 자격정지 15년과 10년형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했다.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서 씨는 1990년에 옥사했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복영 씨는 고문후유증으로 2000년 숨졌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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