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책세상 열리니 꿈나무들 무럭무럭”

  • 입력 2009년 8월 20일 06시 38분


주민들 손으로 어린이도서관 만들어… 대구 비산6동 ‘햇빛따라’
돼지저금통 깨고 성금모아 7개월만에 개관
음악회-연극공연도… 주민 문화사랑방으로

“열람실 분위기가 참 편안하고 쾌적한 것 같아요. 도서관에 가자고 졸라대는 아이들과 함께 요즘 매일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17일 오후 4시 대구 서구 비산6동 어린이도서관 ‘햇빛따라’. 이곳에서 자녀 2명과 함께 책을 읽던 주부 김미지 씨(36·비산5동)는 “백과사전과 식물도감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안목을 넓히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주민들이 정성을 모아 지난달 23일 문을 연 이 도서관이 다음 달부터 ‘문화사랑방’으로 거듭난다. 도서관 측은 다음 달부터 매달 1회 가족단위로 감상할 수 있는 영화를 상영하고 음악회나 연극 등도 공연할 예정이다.

또 생후 36개월 미만의 어린이와 엄마를 대상으로 ‘책과 함께하는 프로그램’과 초등학생을 위한 독서프로그램 ‘즐거운 독서교실’도 주1회씩 개설할 방침이다. 특히 다음 달부터는 후원회원으로 가입한 주민에게 책도 빌려준다. 현재 4000여 권의 책이 비치돼 있지만 개관 이후 대출체제가 갖춰지지 않아 그동안 이용자들은 열람만 할 수 있었다. 월 3000원의 후원비만 내면 1인당 4권까지 5일간 빌려주며 회비는 모두 신규서적 구입에 활용된다.

이 도서관 열람실은 50여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열람실 옆에는 15m²(4.5평) 크기의 ‘모임방’이 있어 회의와 세미나, 친목모임 등의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 도서관은 지역 주민모임인 ‘서구문화복지센터’ 회원들이 힘을 모아 만들었다.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이 많은 비산동 일대 주민을 위해 어린이도서관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은 회원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올해 1월 ‘어린이도서관을 만드는 사람들’을 결성한 회원들은 4월 6월 일일찻집과 일일주점을 열어 1300여만 원의 기금을 모았다. 주민들에게 기금 마련용 돼지저금통을 나눠 줘 동전만 100여만 원을 모으기도 했다.

건물 임차료를 마련했지만 이번에는 장서 확보라는 난관에 부닥쳤다. 책을 구입할 돈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대구 서구와 서부경찰서 직원들, 한전 서대구지점 직원 등이 십시일반으로 도서구입비를 보탰다. 비산동 일대 상인 등 주민들도 한두 권을 기증했다. 서울의 모 출판사는 1000여 권을 기증하기도 해 도서관 소장용 책이 순식간에 4000권을 넘어섰다.

도서관을 관리하는 서구문화복지센터 장태수 대표(37)는 “모 인테리어업체는 도서관 실내장식 공사비 절반을 부담했고 전기조명 설비는 부근 업체가 무상으로 설치했다”며 “구석구석 주민들의 정성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조들이 햇빛이 드는 곳으로 책상을 옮겨가면서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들어 도서관 이름을 ‘햇빛따라’로 정했다”며 “햇빛은 고르게 내리쬐기 때문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밝혔다. 도서관은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 개방된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장서를 확충해야 하고 TV와 음향기기, 영상물 등이 크게 부족한 편이어서 후원의 손길이 필요하다. 053-561-5234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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