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 폐타이어 불 붙이고 볼트-너트 무차별 ‘난사’

입력 2009-07-21 02:57수정 2009-09-2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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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에서 경찰들이 공장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노조 측이 볼트와 너트를 새총으로 쏘는 바람에 이를 막기 위해 그물망을 세우면서 조심스럽게 전진하고 있다. 평택=박영대 기자
■ 평택공장 일촉즉발
노조간부 부인 자살 돌발 변수
민노총 “오늘 총파업 돌입 선포”
사측 직원 1명 새총 맞아 병원 이송

쌍용자동차 사태가 노조의 공장 점거 60일을 맞아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0일 처음으로 노조원의 퇴거를 위해 법원이 강제집행에 나섰으나 노조 측이 이를 거부해 집행이 무산됐다. 경찰은 노조원들이 점거 중인 도장공장 앞까지 진출하는 등 사실상 ‘공권력 투입’ 직전까지 갔으나 새총으로 볼트와 너트를 쏘는 등 노조의 격렬한 저항에 부닥쳤다. 여기에 노조 간부 부인의 자살사건이 발생하면서 쌍용차 사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 양보 없는 대치 상황

이날 오전 10시 법원 강제집행관 등 5명이 퇴거명령 강제집행을 위해 공장 정문에서 도장공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경찰 3개 중대가 호위하고 있었다. 순간 도장공장 옥상에 설치된 새총 발사기 10여 대에서 ‘슝’ 하는 소리와 함께 수십 개의 볼트와 너트가 발사됐다. 300m 정도의 거리였지만 볼트와 너트는 마치 ‘총탄’처럼 경찰의 대형 플라스틱 방패망에 꽂히며 무서운 폭발음을 냈다. 어른 엄지손가락 크기의 볼트와 너트는 정문을 넘어서 도로와 상가에까지 떨어졌다. 노조는 한 번에 30여 개의 볼트와 너트를 쏠 수 있도록 자체 제작한 다연발총까지 동원했다. 경찰은 볼트와 너트 세례를 막기 위해 특수 방어대를 동원했고, 선두 병력은 그물망을 들고 전진하는 전략을 썼다.

공장 상공에서는 경찰 헬기 3대가 쉴 새 없이 돌며 노조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강제집행 시도와 노조원들의 저항이 반복될 때마다 경찰 무전기에서는 양측의 움직임을 알리고 병력의 이동을 명령하는 소리가 다급하게 이어졌다. 오전 11시경 노조는 폐타이어에 불을 붙였다. 진화에 나선 소방차에도 볼트와 너트가 발사됐다. 검은 연기와 매캐한 냄새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노조는 도장2공장을 중심으로 폐수처리장, 복지관, 도장1공장을 점거한 채 사측과 경찰의 접근 상황을 살피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한때는 노조가 지게차를 동원해 경찰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정보가 흘러나와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본관 앞에서 집회를 마치고 연구동으로 이동하던 사측 직원 중 1명은 노조가 쏜 새총에 머리를 맞고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북문을 통해 사측 직원들이 연구동 진입을 시도하자 역시 새총으로 응수했다. 경찰은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경찰은 오전 중에 노조가 점거 중인 공장들을 중심으로 반경 200여 m까지 접근해 4곳에 각각 3개 중대씩 1200여 명을 배치 완료했다. 법원의 강제집행 시작 이후 1시간 40분 가까이 새총을 쏘며 강력하게 저항하던 노조는 강제집행관이 되돌아가자 한풀 수그러든 모습이었다.

○ 노조 간부 부인 자살로 한때 술렁

노조와 경찰의 대치가 답보상태를 보이던 낮 12시 반경 평택공장 주변에서 쌍용차 노조간부의 부인인 박모 씨(29)가 자살을 기도했다는 소식이 퍼져 나갔다. 정문 앞 공터에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던 쌍용차 가족대책위에서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주변에 경비를 서던 경찰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50여 분 뒤인 1시 25분경 박 씨가 평택 굿모닝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다 끝내 숨진 사실이 확인됐다. 박 씨는 이날 자신의 어머니가 잠깐 외출한 사이 화장실에서 노끈으로 목을 맨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증을 앓아오던 박 씨는 쌍용차 사태 이후 병세가 심해져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약물치료와 상담을 받았다. 유족들은 박 씨가 이틀 전에 남편과 통화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파업을 풀고 내려오는데 당신은 왜 안 오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씨의 남편은 농성장에서 병원으로 달려와 부인의 시신을 붙잡고 오열했다. 한편 이날 출근한 사측 직원들은 오후 5시 반경 공장시설 경비를 맡을 철야 근무조 200여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퇴근했다. 오후 9시경에는 공장 안팎을 지키던 경찰병력 3400여 명 중 1000여 명이 철수했다.

○ 경찰, 사태 악화될까 우려

경찰은 박 씨가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에까지 이르렀다고 밝히고 있지만 향후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몰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같은 사건이 쌍용차 사태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노조원들을 자극해 극단적인 행동을 하거나 경찰에 더 격렬하게 대항하게 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농성 중인 노조 측은 아직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박 씨의 죽음을 이번 쌍용차 사태와 연계해 대규모 규탄집회를 열거나 장례식을 통해 전국적인 관심사로 쟁점화할 태세다. 민주노총은 쌍용차에 대한 공권력 투입과 조합원 부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정부와 사측을 규탄하기 위해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총파업 돌입 선포식 및 주요 간부 삭발식을 가질 예정이다.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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