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언어영역/비판적 사고의 이해 (1)

  • 입력 2009년 7월 20일 02시 55분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의 20%는 바로 배경지식에서 나온다

《행동영역의 평가 목표에서 가장 고난도의 문제가 비판적 사고이다. 비판적 사고는 사실적 사고에 의해 지문을 완전히 독해한 다음에 이루어지므로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사실적 사고 문제의 답이 100% 지문에서 나오는 데 반해,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의 20%는 수험생의 머릿속 지식에 달려 있다.

이만기 엑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비판적 사고는 언어 표현과 이해의 과정에서 여러 준거에 의해 분석된 내용을 바탕으로 적절성 또는 가치를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비판적 사고 능력이란 사고의 미흡함에 대한 지적뿐 아니라, 평가적 판단을 의미하는 긍정적 판단을 포함한다. 문학 작품의 경우 감상 능력이 여기에 속한다.

어떤 글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선행해야 한다. 그리고 종합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사실적 사고이다. 분석된 결과를 토대로 정보에 대한 해석과 평가에 이르는 것이 비판적 사고능력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비판(批判)’은 어떤 문제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 또는 비평과 관련된 ‘긍정적 판단’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문두에 ‘비판’이란 말이 나오면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를 나타내지만, 원래의 뜻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 타당성을 강조한 말임을 알아두어야 한다. 그러므로 비판적 사고 능력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그 결과 가치의 우열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같은 의문을 동반한다.

그러면 가장 기본적인 비판적 사고 문제를 살펴보자. 예문은 본격적으로 수능이 실시되기 전, 당시 국립교육평가원에서 실시했던 언어영역 실험평가 문제이다.

<예문> 제 4차 대학수학능력시험 실험평가 16번 문제

16. 다음 글은 비평문으로서 결함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를 바르게 지적한 것을 고르시오.

『민속춤과 예술로서의 춤 행위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용계 내의 문제도 크지만 예술인들에게서도 흔히 보게 된다. 최근 유명 문학 평론가나 시인의, 민속춤이 무엇이고 예술춤이 무엇인지를 혼동한 글을 읽고는, 그것이 너무나 일차적인 오해이기 때문에 실소를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남의 분야에 대해 비평적 글로 참가할 땐 최소한의 상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싶다.』

① 민속춤과 예술로서의 춤을 구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② 춤, 문학, 시, 평론 등 여러 분야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③ 춤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지나치게 전문적이기 때문이다.

④ 춤에 대한 상식적인 견해를 저자가 혐오하기 때문이다.

⑤ 사실 서술과 비판을 명료하게 구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이 예문에서는 필자가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밝히지 않았다는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평론가나 시인의 글의 내용을 소개하고 비판을 해야 했다. 즉 사실을 명확하게 소개하고 그것에 대해 기준을 세워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따라서 정답은 ⑤번이었다.

비판은 그런 판단을 내리게 된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판단의 기준을 보통 준거(準據)라고 하는데, 기준이 내부에 있다면 ‘내적 준거’요, 외부에 있다면 ‘외적 준거’이다. 내적 준거는 언어 또는 사고 그 자체에 포함되어 있는 정확성과 적절성을 기준으로 하며, 외적 준거는 언어 사용의 외적, 상황적 국면과 관련하여 그 타당성과 효용성을 기준으로 한다.

평가원이 제시한 비판적 사고의 하위 평가 목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 내적 준거에 따른 비판

① 내용의 정확성과 내용 전개의 적절성 기준에 따라 이해하고 표현하는가

② 구조와 표현의 적절성 기준에 따라 이해하고 표현하는가

(나) 외적 준거에 따른 비판

① 타당성의 기준에 따라 이해하고 표현하는가

② 효용성의 기준에 따라 이해하고 표현하는가」

외적 준거에 의한 비판력을 측정할 경우, 지식의 단순한 암기를 넘어 문제에 대한 판단을 요구하게 된다. 이때 수험생은 자신이 갖고 있는 배경지식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 비판적 사고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읽기 제재에서만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듣기 제재에서도 종종 출제된다. 다음은 듣기에서 출제된 문항으로 내적 준거에 의한 비판적 사고와 관련해 관점과 태도의 정확성, 적절성을 묻는 문제이다.

<예문> 2002학년도 수능 5번 문제

※ 이번에는 문화부 기자와 영화감독의 라디오 방송 대담을 들려드립니다. 잘 듣고 5번과 6번의 두 물음에 답하시오.

기자: 그럼 이번 영화를 연출하신 감독님을 직접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 요. 감독님!

감독: 네. 안녕하세요.

기자: 이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운드가 주인공이 되는 영화는 우리나라에선 이번 영화가 처음이 아닐까 하고요. 영화 속에서 캐릭터 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그 힘, 그래서 스토리나 그들의 삶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그 소리, 그것이야말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 아닐까요?

감독: 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판소리는 우리의 아름다운 예술인 데도 항상 푸대접을 받아왔지요. 텔레비전에서 판소리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잖아요. 우리 안에 깊이 내재된, 우리 것 중에서도 가장 소중 한 어떤 것임에도 우리 한국인 스스로가 홀대해온 이 판소리를 영화로 들려주고 보여주자,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겁니다.

기자: 하지만 소리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들인 고뇌와 정성이 만만치는 않았을 텐데 요. 영화란 결국 화면을 보는 건데 그러면 소리를 놓치게 되고, 소리만 강조하면 또 관객들이 외면하게 될 테니 말이죠.

감독: 핵심을 정확하게 지적하셨는데요. 이번이 제가 아흔 세 번째 연출한 작품이지 만 이처럼 고심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고민한 건, 과연 소리를 어떤 그림에 붙여놔야 판소리가 갖는 맛과 감동의 세계가 그려 질 거냐 하는 문제였습니다. 이 점이 내가 처음 이 영화의 연출을 결심하면서 ‘제1의 과제’라고 생각한 겁니다. 이것을 내가 해결 못하면 지는 거고 이것을 해 낸다면 흥행이 문제가 아니라 이 작품으로서 비로소 나 자신이 뭔가 해낸 감독이 될 거다, 이렇게 생각했지요.

기자: 그동안 좋은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감독님께서는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으니 결국 성공하신 거네요.(웃음) 감독님 말씀대로라 면, 이번 영화에서 롱 쇼트 기법을 많이 구사하신 것도 컷을 자주 나누면 소리의 미세한 흐름을 죽이게 될 거라 우려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미장센 에 있어서도 두 사람이 한 평면에 180도로 마주보고 앉은 채 소리를 하는 장면, 즉 화면 양쪽 끝에 인물을 배치해 놓고 카메라는 정면을 바라보는 신이 있는데 그건 아주 특별한 프레임 아닌가요?

감독: 네. 맞습니다. 원래 그 카메라 구도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앵글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난 그 두 사람 중 어느 쪽에도 비중을 두지 않고 항상 일정한 거리를 떨어 뜨려 놓았는데, 이건 인물을 보지 말고 소리를 들어달라는 뜻입니다. 배우 얼굴 이나 스토리보다, 무엇보다도 먼저 소리가 가장 잘 들리게 할 수 있는 그림이 무 엇인지를 염두에 둔 것이죠.

기자: 소리만이 아니라 이번 영화를 보며 관객 대부분은 우리나라 자연이 이렇게 아 름다운지 미처 몰랐다고 새삼 감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화려 하고 현란한 장면에만 익숙해 있다가 영상 속에 새롭게 재현된 우리나라의 소박 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게 되니 저절로 감동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요? 문제 는 판소리든 자연이든 우리 고유의 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아닐까 합니다. 바 쁘신데 나와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5. 청취자들이 기자에게 느낄 수 있는 아쉬움으로 가장 타당한 것은?

① 영화의 기법적 측면에 대해서도 질문했으면 좋았을걸.

② 일반인을 위해 전문 용어는 쉬운 말로 풀이해 주었으면 좋았을걸.

③ 영화를 연출하는 과정에서 감독이 고민한 바를 질문했으면 좋았을걸.

④ 미리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해 분석을 한 다음, 대담에 임했으면 좋았을걸.

⑤ 영화에 대한 주변적인 정보보다는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어 주었으면 좋았을걸.」

이 문제는 화자의 말하기 방식과 태도에 대한 비판 능력을 측정한 문제였다. 영화평론가 정성일 씨와 임권택 영화감독의 대담을 변형한 것인데,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웠던 문제이다. 당시 많은 학생은 ⑤번으로 답을 택했다. 이 대담에서는 영화의 핵심 정보인 줄거리나 인물에 대한 대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자가 이 영화에서는 소리가 주인공이라고 이야기했음에도 수험생은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이 문제에서 중요한 점은 말하기에서는 듣는 사람의 수준을 일차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대담은 라디오를 통해 일반인에게 청취되므로 듣는 사람을 고려하여 쉬운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기자는 ‘롱 쇼트 기법’, ‘미장센’ 등 전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전문 용어를 쉬운 말로 풀어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 따라서 정답은 ②번이다.

비판적 사고는 문학 작품에서 감상 능력을 측정한다. 예를 들어 6월 4일 실시된 수능 모의평가에서 정지용 ‘발열’, 김영랑 ‘거문고’, 최승호 ‘대설주의보’ 등의 현대시 지문에서 출제된 13번 표현에 대한 설명 문제, 14번 영상시로 제작하기 위한 계획서를 평가하는 문제, 15번 <보기>의 설명을 듣고 학생들이 보일 반응을 측정하는 문제 등은 모두 비판적 사고의 문제였다. 다음은 문학 제재에서 감상 능력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문항이다.

<예문> 2001학년도 수능 15번 문제

(다) 강(江)나루 건너서/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남도(南道) 삼백 리(三百里)

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

- 박목월, ‘나그네’』

「15. 다음은 (다)에 대한 학생들의 감상이다. 작품 자체의 내적 의미만을 주목한 것은?

① 종환:이 시는 일제강점기에 쓴 작품이래. 그런데 농촌이 수탈된 마당에 술 익는 마을이 어디 있었겠어?

② 민희:그건 조금 지나친 지적 같아. 그 당시 시인은 아마 생활이 어려웠을 거야. 나그네처럼 먼 길을 힘들게 걷다가 노을을 찾아오고, 술도 한 잔 하고 싶고, 그 허무한 마음을 표현한 것 아닐까?

③ 인규:술과 노을이라…. 그거 이미지가 썩 잘 어울리는데. 밀밭 길이 주는 느낌과 도 통하면서.

④ 석현:그래도 그렇지. 외줄기 길이 삼백 리나 이어지는 게 어디 있어? 구름에 달 이 간다는 것도 사실은 말이 안 되지.

⑤ 정인:그런 걸 상상이라 하는 거야. 그나저나 나도 이 시의 나그네처럼 여행이나 떠났으면 좋겠다.」

문제에서는 작품의 내재적 의미에만 주목하는 것을 찾으라고 했으므로 작품에 쓰인 시어나 운율, 표현법, 짜임 등 작품 요소를 중심으로 감상하고 있는 항목을 찾으면 된다. ①번은 작품과 현실을 이야기한 반영론의 관점, ②번은 작품과 작가의 관계에 주목하는 표현론적 관점, ④번은 문학이 허구라는 전제를 부정하는 감상이며, ⑤번은 독자의 태도에 주목하는 효용론적 감상이다. 이렇게 볼 때 ①, ②, ④, ⑤번은 작품 자체보다는 작품을 둘러싼 외적 조건, 즉 사회 현실이나 작가, 독자에 미치는 영향 등을 중시하는 것으로 외재적 접근 방법에 속한다. 정답은 ③번으로 이는 작품의 표현 방식이나 언어 질서에 주목한 내재적 감상에 속한다.

▶지난 기사와 자세한 설명은 easynons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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