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스터디에 교사가 시험지 유출

  • 입력 2009년 7월 18일 03시 03분


강남-분당지역 고교재직 2명 소환… 학력평가 문제 30차례 건네

현직 고교 교사들이 사설학원인 메가스터디에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문제를 시험 전에 미리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 문제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17일 시험지를 메가스터디에 유출한 혐의로 현직 고교 교사 2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서울 강남 지역 고교 교사인 A 씨는 2005∼2007년 20여 차례에 걸쳐 시험 전날 오후 6시경 시험지를 메가스터디에 넘겨준 혐의다. 경기 성남시 분당 지역 고교 교사 B 씨는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시험 당일 오전 8시경 시험지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초 서울 강남 지역에서 시험지 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메가스터디에 시험지를 넘겨주던 강남 지역 고교 교사가 시험지 주는 것을 주저하자 메가스터디 측에서 시험지 입수 경로를 분당에 있는 고교 교사로 바꿨다”고 말했다.

진학 지도를 담당하는 이들 교사 2명은 학교로 배달된 시험지의 봉인을 뜯고 모든 과목의 시험지와 답안지, 해설지를 학교로 찾아온 메가스터디 직원에게 직접 건넨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평가를 주관하는 시도교육청은 시험지를 시험 시작 직전에 개봉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메가스터디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받고 문제지를 넘겨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강남 고교 교사는 2년 이상, 분당 고교 교사는 1년 이상 시험지를 학원에 유출해 왔는데도 학교 측에 적발되지 않은 데에는 시험지 관리 교사나 교장 교감 등의 공모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시험지를 사전에 유출한 행위만으로도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된다고 보고 이들 교사를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메가스터디는 이들 교사로부터 사전에 입수한 시험지 등을 이용해 2005년부터 최근까지 30여 차례에 걸쳐 문제 풀이 동영상을 제작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메가스터디가 시험지를 사전에 입수하고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을 누가 주도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메가스터디 관계자 2명을 소환해 이 부분을 추궁했다. 경찰은 실무진의 판단을 넘어 경영진이 개입된 정황이 포착되면 손주은 대표 등을 소환해 사실 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메가스터디는 “절차를 어기고 사전에 문제를 입수한 것은 인정하지만 동영상 강의를 완벽하게 제작하기 위한 순수한 의도였다”며 “교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하지도 않았고, 학생들에게 사전에 문제를 유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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