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m이내서 맞으면 치명적”… 장난 아닌 모의총기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모의소총으로 시내버스 유리창을 파손한 혐의로 검거된 20대 3명으로부터 압수한 모의소총과 탄창, 유리알탄.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모의소총으로 시내버스 유리창을 파손한 혐의로 검거된 20대 3명으로부터 압수한 모의소총과 탄창, 유리알탄. 동아일보 자료 사진
밀수-불법개조품 인터넷서 쉽게 구입

강도 등 범죄이용 늘어 경찰 집중단속

“누가 봐도 M16이죠.” 모의총기는 장난감이 아니었다. 묵직한 총열에서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총기를 손에 쥐자 날카로운 금속 냄새가 풍겼다. 경찰이 최근 압수한 이 모의총기는 실제 M16소총 제작업체와 제품번호, 미군 부대에서 사용되는 마크까지 똑같았다. 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기자가 모의총기에 플라스틱탄(BB탄·Ball Bullet)을 넣고 10m 거리에 있는 유리병을 조준해 방아쇠를 당겼다. 유리병은 산산조각이 났고 파편은 사방으로 튀었다.

‘총기 천국’인 미국과 달리 한국은 총기로부터 안전한 나라로 통한다. 그러나 진짜 총에 가까운 위력을 지닌 모의총기가 확산되면서 총기 안전국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1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모의총기를 제작하거나 소지해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총포법)을 위반한 건수는 2002년 31건에서 2007년 161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모의총기를 불법으로 밀반입하다 세관에 적발된 건수도 2004년에는 한 건도 없었지만 지난해 43건으로 늘어났다. 불법으로 유통된 모의총기는 강도 폭행 협박 등 각종 범죄에 범행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새벽에는 경기 고양시에서 모의소총으로 버스 유리창을 향해 유리알탄을 발사한 사건도 일어났다. 범인 장모 씨(29)가 사용한 개조된 M16 모의소총은 4∼5m 떨어진 곳에서도 버스 강화유리를 박살낼 정도의 파괴력을 보였다. 경찰에서 장 씨는 이 총을 인터넷에서 105만 원에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인터넷에서는 이런 모의총기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권총인 콜트(28만∼103만 원) 베레타(15만∼29만 원) 글록26(18만 원 내외), 소총류인 AK74(23만∼107만 원), M4(17만∼102만 원), 공용 화기인 M60(235만∼347만 원)까지 다양한 총기류가 고가(高價)에 거래되고 있다. 총기 애호가인 의사 이모 씨(43)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총을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다”며 “최신 모델보다는 개조가 쉽고 고장이 없는 구형 모델이 인기”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는 완구용 총을 살상무기로 바꿔주는 불법 개조용 부품도 함께 팔리고 있다. 서바이벌 게임 동호회 회원인 김모 씨(40)는 “서바이벌 게임 동호인들은 대부분 최대한 실제와 가까운 느낌을 원하기 때문에 게임에 나설 때는 군용 전투 식량을 먹을 정도”라며 “일부 동호인이 모의총기를 구입해 진짜 총기와 같은 느낌이 나도록 개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개조된 총기의 위력은 실제 총기에 가깝다. 서울 구로구에서 모의총기를 판매하는 A 씨는 “(격발장치인) 공이가 있는 서바이벌 게임용 총기에 탄피에 화약을 넣고 발사하면 사거리가 1km를 넘고 실제 총이나 다름없다”며 “30m 이내에서 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완구용과 수출용을 제외하고는 모의총기를 제작하거나 소지하는 것은 불법이다. 5m 이내에서 쐈을 때 A4용지 5장을 뚫을 정도인 0.2J(줄·1줄은 물체를 1m만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을 넘어서면 완구용 총이 아닌 모의총기에 해당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소남 의원 등 의원 10명은 4월 서바이벌 게임용 총기의 제조 및 판매를 허용하되 이를 소지하는 사람은 경찰에 신고해 엄격한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총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근 모의총기 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경찰도 6일부터 5주에 걸쳐 모의총기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