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미스터리

입력 2009-07-07 02:57수정 2009-09-2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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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근로 참여 마을주민 함께 마시고 2명 사망 1명 중태

사망자 남편 “누군가 집에 놓고 가”… 경찰 “의도적 투입”

희망근로에 참가한 여성 2명이 청산가리가 들어간 막걸리를 마시고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6일 오전 9시 10분경 전남 순천시 황전면 천변에서 막걸리를 마신 최모 씨(59·여)가 갑자기 구토를 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최 씨와 함께 막걸리를 마신 정모 씨(68·여)는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날 오후 9시경 숨졌고, 장모 씨(74·여)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이상한 냄새를 맡고 막걸리를 내뱉은 이모 씨(72·여)는 순천 성가롤로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같은 마을에 사는 최 씨 등은 이날 오전 8시부터 희망근로에 참가해 다른 근로자 30여 명과 함께 천변 일대에서 풀 뽑기 작업을 하다 휴식시간에 막걸리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 씨는 “최 씨가 집에서 가져온 플라스틱 용기 안에 든 막걸리 3병 가운데 한 개의 뚜껑을 여는 순간 색깔이 이상하고 시큼한 냄새가 났다”며 “최 씨 등은 ‘막걸리가 좀 이상하다’며 한두 모금을 마신 뒤 곧바로 토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마신 막걸리는 이날 오전 5시경 최 씨 집 마당 안 승합차 뒤에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최 씨의 남편(59)은 경찰에서 “검은 비닐봉투에 들어 있는 막걸리 2병을 마루에 올려놨는데 아내가 이 막걸리와 슈퍼마켓에서 산 막걸리 1병을 들고 일을 나갔다”고 진술했다. 그는 “동네 농사일을 많이 도와줘 평소에도 주민들이 집에 막걸리를 자주 갖다 준다”며 “이날도 이웃이 술을 가져다 놓은 줄 알고 아무런 생각 없이 집안에 들여다 놓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성분 분석 결과 이 막걸리에 청산가리가 다량 포함된 것을 확인했으며 주삿바늘 자국 등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누군가가 병뚜껑을 열고 청산가리를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내용물이 3분의 1 정도 남아 있는 문제의 막걸리 병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누군가가 최 씨 등을 해치려고 의도적으로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가져다 놓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며 “최 씨 부부와의 원한관계 등이 파악되지 않아 마을 주민 270여 명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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