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 돌연 사퇴 왜?

  • 입력 2009년 7월 1일 02시 57분


조직축소 못막아 심리적 부담 느낀듯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사진)이 30일 전격 사의를 밝힘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위원장은 한국이 세계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회장국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후임자를 위해 용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의 조직이 20% 축소되면서 조직의 장으로서 심적 부담 때문에 사퇴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 “ICC 회장국, 꼭 됐으면”

안 위원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 등에서 “한국이 ICC 회장국에 선출되면 한국의 인권 수준에 대한 인식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이는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일”이라며 여러 차례 ICC 회장국 당선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10월 말 임기가 끝나지만 8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인권기구 포럼(ARF)’ 연례총회에서 한국이 아태지역 ICC 회장국 후보로 선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었다.

한국이 ARF에서 아태지역 후보로 결정되면 대륙별로 회장국이 순환하는 관례에 따라 2010년부터 3년 임기의 ICC 회장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ICC는 전 세계 120여 개국 국가인권기구의 협의체로 현재 한국이 부의장국을 맡고 있다.

안 위원장이 여러 차례 한국의 ICC 회장국 당선에 발판을 놓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에 비춰볼 때 ICC 회장국 선출과 관련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조기 사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조속히 후임자가 임명돼 국민과 정부의 지원 아래 그동안 크게 손상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회복하고 ICC 회장국을 맡아 인권선진국의 면모를 새롭게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 조직 축소 이후 사퇴 두고 고민

인권위의 조직 축소가 강행된 이후 안 위원장은 이미 진퇴 문제를 두고 고심해 왔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긴급 국과장 회의’를 소집해 간부들에게 “조직 축소 이후 그만둘 생각을 했는데 조직을 재정비하기 위해 남았고 지금이 사퇴 적기”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부터 행정안전부는 인권위가 업무량에 비해 조직이 비대하다며 조직 축소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안 위원장은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처사”라고 비판하면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하지만 결국 5본부 22팀 4소속기관 체제 정원 208명이었던 인권위 직제가 4월부터 164명 정원의 1관 2국 11과 3소속기관 체제로 축소됐다.

조직 축소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직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외부적으로는 조직 축소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서도 실무협상 과정에서 일부 과장급 직원들을 구제하기 위해 협의를 한 게 아니냐는 ‘이면 합의설’ 등이 불거지면서 불만이 높아졌고, 조직이 축소된 뒤에도 지도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 직원들만 피해를 봤다는 비판도 있었다. 인권위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그동안 사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조직 축소 이후 줄곧 고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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