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신종인플루엔자에 일본보다 강한 이유는?

  • 입력 2009년 5월 22일 14시 27분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확산 속도가 거세다.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1만 명을 넘어섰으며 특히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21일 현재 감염자 수가 281명에 이르는 등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5단계인 전염병 경보 단계를 6단계로 격상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반면 한국은 지난달 28일 첫 추정 환자가 발생한지 한 달이 되어 가지만 확진환자 수는 4명(베트남인 환승객 1명을 제외하면 3명)에 머물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물리적으로 미국과 멕시코만큼 가까운 거리인데도 감염 환자 수와 감염 확산 속도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병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우선 일본에 한국보다 위험지역 여행자가 많다는 점을 꼽았다. 전 센터장은 "일본의 첫 감염환자는 캐나다로 수학여행을 다녀 온 고등학생들이었다"며 "단체여행을 다녀 온 많은 학생들이 잠복기 동안 일상 활동을 계속했기 때문에 급속히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감염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추적조사 완료율이 매우 높다는 점도 한국에서 신종 플루가 맥을 못추는 이유 중의 하나다. 일본에서 첫 국내 감염이 확인된 고베(神戶)시의 경우 추적 대상자가 1319명이나 되지만 입국 때 기재한 연락처가 부정확해 15일까지 보건소에서 한번도 연락을 취하지 못한 사람이 전체의 20%가 넘는 300명에 달했다. 반면 한국은 첫 확진 환자와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336명 중 출국자 124명, 외국인 등 연락처가 불분명한 14명을 제외한 198명의 추적 조사를 마쳐 96%의 완료율을 보였다.

이와 함께 '김치의 힘'도 한국인이 유독 인플루엔자에 강한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한국식품연구원 김영진 박사팀은 발효가 잘 된 김치가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동물실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 동안 외신들이 김치의 예방효과를 다루기는 했으나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박사팀의 '김치의 조류인플루엔자 억제효능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료만 먹은 쥐의 생존율이 73%로 낮은 반면, 저농도 김치 추출물을 먹은 쥐는 86%, 고농도 김치추출물을 먹은 쥐는 100% 생존율을 보였다.

김 박사는 "신종 인플루엔자가 AI의 한 변종이라고 본다면 김치가 신종 인플루엔자에도 같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김치가 항체를 빨리 만들어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감염되어도 감기 수준으로 앓고 지나가는 것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직 김치의 어떤 성분이 예방 효과를 내는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4년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 세계에 창궐할 때에도 한국에서는 단 한 명의 사망자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종 인플루엔자의 확산을 막는 '김치의 힘'도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