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 - 조폭 짜고 대형 슈퍼마켓 가로채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피해업소 전국에 80곳 넘을 수도”

속칭 ‘바지사장’을 내세워 대형 슈퍼마켓을 통째로 가로챈 사채업자와 조직폭력배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자금난에 빠진 대형 슈퍼마켓 운영권을 일단 인수한 뒤 바지사장이 사채가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슈퍼마켓을 가로챈 혐의로 자금 총책인 김모 씨(41)와 작업책 장모 씨(48)를 구속하고 ‘전주타워파’ 조직폭력배 이모 씨(34)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월 16일 충남 천안시의 대형 슈퍼마켓인 P마트(2100여 m²) 업주 임모 씨(37)가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김모 씨(46)를 내세워 P마트의 빚 10억여 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슈퍼마켓의 경우 매매계약서만으로 업주 명의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했다.

김 씨는 마치 사채를 빌린 것처럼 ‘2억 원을 빌렸다’는 차용증과 ‘기일 안에 돈을 갚지 못하면 가게 물품과 시설물을 가져가도 좋다’는 내용의 포기각서를 썼고, 이후 사채업자와 조직폭력배 역할을 맡은 다른 일당은 김 씨가 빚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마트를 빼앗았다. 임 씨는 이들 일당의 사기극인 줄 전혀 모른 상태에서 바지사장 김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그 사이 이들 일당은 2개월간 마트 물건을 팔고 가게 안의 시설물 등을 빼앗은 뒤 마트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렸다.

이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3곳의 슈퍼마켓에서 17억2000여만 원 상당의 가게운영권, 물품, 시설물 등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사기단이 가로챈 마트가 전국에 80여 곳이 넘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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