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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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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씨가 한상률 前청장 집중 접촉…朴사돈 김정복씨는 실무진 ‘마크’
세중여행 주식 자녀에 증여때 사기나 부정한 방법 사용 탈세
檢, 千씨 의혹은 첩보까지 다 뒤져 “CJ 회장도 조사… 혐의점 없어”
3월 초부터 시작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후원자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소환조사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박연차 태풍’이 현 여권의 유력자까지 치명상을 입히게 된 셈이다. 법무부는 이 대통령에게 검찰 수사 결과 천 회장의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보고까지 이미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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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명로비 대가로 7억여 원 받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해 천 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부정한 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알선수재다. 검찰은 천 회장이 박 전 회장과 그의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막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지난해 세무조사 당시 국세청장이던 한상률 전 청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청탁하는 등 로비를 시도한 단서를 확보했다. 그 과정에서 역할분담도 이뤄졌다고 한다. 여권 유력인사들과 통하는 천 회장은 한 전 청장을 맡고, 박 전 회장의 사돈으로 중부지방국세청장 출신인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은 세무조사 실무 간부들을 접촉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천 회장이 대가로 받은 금품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하나는 지난해 8월 베이징 올림픽 당시 박 전 회장이 천 회장에게 중국 돈 15만 위안(당시 환율로 약 2300만 원)을 건넨 것이다. 천 회장은 선수단 격려금으로 세무조사와는 무관한 돈이라고 주장해 왔다. 다른 하나는 천 회장의 회사인 세중게임박스(현 세중INC)에 박 전 회장이 투자했던 돈을 찾아가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태광실업과 자회사 정산개발 등을 통해 2003년 천 회장이 대주주였던 세중게임박스에 25억 원을 투자했고 사업이 잘되지 않아 법인을 해산한 뒤에도 박 전 회장이 투자금의 3분의 1 정도를 찾아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천 회장 측은 “다른 투자자들 가운데도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천 회장과 박 전 회장의 30년 가까운 친분관계를 잘 아는 사람들은 천 회장이 일일이 돈을 받아가며 부탁을 들어줬다고 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의 판단은 다르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돈은 그(세무조사)전부터 시작해서 계속 오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천 회장이 알선 대가로 받은 금품은 모두 7억여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 한상률 전 청장 “천 회장 청탁 받았다”
검찰은 이날 오전 6시경 미국 체류 중인 한 전 청장에게서 e메일 진술서를 받았다. 검찰이 17일 20∼30개 항목으로 정리해 발송한 e메일 서면질의서에 대해 한 전 청장은 A4용지 20여 쪽 분량의 진술서를 보내온 것. 홍 수사기획관은 “한 전 청장이 의미 있는 진술을 했다. 중요한 사안인 만큼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 국세청장에 임명된 한 전 청장은 지난해 박 전 회장 세무조사 당시 현 정부의 ‘신임’을 받아야 할 때여서 실세였던 천 회장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많았다. 검찰은 그러한 내용을 한 전 청장에게 질문했고 한 전 청장은 부인했다고 전했다. 한 전 청장은 천 회장 부탁을 받고 세무조사 상황을 알아봐주긴 했다고 진술했지만 세무조사를 중단하거나 축소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세무조사는 이 대통령에게 직보한 사안이었던 만큼 청탁을 받고 봐줄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 천 회장 관련 의혹은 샅샅이 조사
검찰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 외에 천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로도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천 회장이 세중여행 주식을 자식들에게 넘겨 이익을 주는 과정에 ‘사기나 부정한 방법’을 이용해 85억 원을 포탈했으며, 양도소득세도 포탈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16일 이재현 CJ 회장을 극비리에 소환 조사한 것도 박 전 회장 구명로비와는 무관하지만 천 회장과 관련된 의혹은 샅샅이 파악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이 회장과 천 회장 간의 의혹은 해소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홍 수사기획관은 “지난해 CJ가 세무조사를 받을 때 천 회장이 이 회장을 도왔다는 첩보가 있어 이 회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그런 첩보가 있으면 모두 다 철저하게 확인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유력자인 천 회장 수사에 조금이라도 봐줬다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