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 공소장에 비친 ‘盧 600만달러 수뢰 혐의’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정상문, 盧에게 직접 ‘박연차 지원 해달라’ 요청
경남銀 인수로비-베트남 火電수주 전후에 사례”

‘2007년 11월 14일경 베트남의 농득마인 공산당 서기장이 방한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베트남 화력발전사업과 관련하여 지원을 부탁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8일 구속기소한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공소장에 새로 포함된 내용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베트남 화력발전소 사업을 추진하던 박 전 회장이 정부 차원의 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하자 노 전 대통령에게 직접 “박 전 회장의 베트남 사업을 지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뿐만 아니라 외교통상부에서 작성한 노 전 대통령과 농득마인 서기장 간의 회담 의제에 빠져 있던 베트남 사업 부분을 의제로 끼워 넣었고 환영만찬 때는 박 전 회장을 노 전 대통령, 농득마인 서기장과 같은 테이블에 앉도록 해줬다고 한다.

이때 노 전 대통령은 농득마인 서기장에게 박 전 회장을 “내 친구”라고 소개했고 이후 박 전 회장은 농득마인 서기장과 담판을 거쳐 한 달 뒤 사업권을 따는 데 성공했다. 이 무렵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와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베트남에 있던 박 전 회장을 찾아가 500만 달러 송금을 요청했고 2008년 2월 22일 실제 송금이 이뤄졌다. 정 전 비서관의 공소장을 뒤집어 읽어보면 노 전 대통령은 베트남 화력발전소 사업 수주를 도와달라는 박 전 회장의 부탁을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전해 듣고 도와준 셈이 된다.

검찰은 박 전 회장과 정 전 비서관 간 청탁 관계를 잘 들여다보면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넨 600만 달러의 대가관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회장 사이에서 연락과 만남을 주선하는 공식적인 ‘통로’였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정 전 비서관→노 전 대통령’의 경로로 ‘청탁’과 ‘대가’가 오갔다는 얘기다. 정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과 수시로 마주하며 기업 현안과 관련한 대통령의 직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박 전 회장은 2006년 11월∼2007년 6월 당시 경남상공회의소가 추진하고 있던 경남은행 인수와 관련해서도 정 전 비서관에게 수차례 부탁했다. 정 전 비서관은 실제 박 전 회장 측 인사들을 당시 경제부처 관계자들과 만나게 해줬지만 경남은행 인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 시기는 노 전 대통령이 박 전 회장에게서 회갑 선물로 보석시계세트(2006년 9월)를 받고 정 전 비서관을 통해 100만 달러(2007년 6월)를 받은 시점과 겹친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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