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보내면 가족들 총 맞을 각오하라”

  • 입력 2009년 5월 10일 18시 37분


중국발(發) 보이스피싱이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AP가 최근 전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와 미국 내 화교들에 따르면 지난 2주 동안 뉴욕과 보스턴을 포함해 캘리포니아 주 등 적어도 7개 주에서 화교 기업인들이 돈을 요구하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 필라델피아에서만 최소 20명이 1만~3만 달러를 요구하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 현재 실제 피해사례는 확인 중이다.

협박은 보이스피싱의 전형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 "당신이 무엇을 하고 가족과 함께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다. 총과 사람이 있다"면서 돈을 요구하는 것. 특히 전자지도를 이용하는 듯 해당 지역의 상세한 지리를 언급하면서 마치 같은 동네에 사는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을 겁에 질리게 하고 있다.

한 화교 사업가 부인은 "돈을 안 보내면 총을 쏘겠다"는 협박전화에 출근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3월 중순에는 로스앤젤레스 인근 도시에 거주하는 화교 출신의 의사와 변호사, 회계사를 상대로 3만~5만 달러를 요구하는 비슷한 내용의 전화가 수십 통 이어졌다.

이들은 대만 또는 대만과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중국 푸젠(福建) 성 사투리가 섞인 중국어를 쓰고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길버트호(Gilbert Ho) 보스턴시 중국인자선협회 회장은 이와 관련해 "전화가 왔을 때 영어나 다른 말로 응답하면 전화를 끊는다"면서 "협박범들은 중국어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협박범들이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차이나타운을 관할하는 한 경찰서 관계자는 "협박범들이 활용하는 정보가 종종 실제 상황과 다른 것으로 볼 때 협박범들이 철 지난 차이나타운의 인명록이나 그 밖에 공개된 정보를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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