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연대 “약학대학 만들겠다”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7분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학교 발전에 공헌한 집안 자녀가 수학능력만 검증된다면 입학시키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기여입학제의 재고를 주장했다. 김미옥 기자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학교 발전에 공헌한 집안 자녀가 수학능력만 검증된다면 입학시키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기여입학제의 재고를 주장했다. 김미옥 기자
김한중 연세대 총장은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잠재력, 창의성처럼 알기 힘든 개념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입학사정관제의 성급한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김미옥  기자
김한중 연세대 총장은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잠재력, 창의성처럼 알기 힘든 개념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입학사정관제의 성급한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김미옥 기자
《이기수 고려대 총장과 김한중 연세대 총장은 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 열린 관훈클럽 초청 포럼에서 약학대학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약학대학을 만들어 생명과학과 의학, 약학이 연결되는 ‘바이오 메디컬’이라는 학문 분야를 새로 탄생시키겠다”고 말했고, 김 총장은 “의료서비스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송도캠퍼스에 약대 신설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총장은 신입생 선발 방식도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 총장은 “점수 경쟁에서 탈피해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을 보겠다”고 말한 반면 김 총장은 “무엇을 하든 학력이나 수학능력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고려대 이기수 총장

“수학능력 검증되면 기여입학 허용 필요

발전가능성을 보는 고유한 입시제 마련”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4년 교육과정으로 약학대학을 만들어 2011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이 총장은 “언론학부에 영화나 인터넷 같은 뉴미디어까지 총망라한 ‘미디어스쿨’을 설치하고, 조형학부를 확대 개편한 ‘디자인스쿨’을 만들어 산업디자인, 패션디자인, 조경학을 포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여입학제에 대해 이 총장은 “돈을 내고 합격하는 부정입학이 아니라 건물을 기부하는 것처럼 학교 발전에 공헌한 집안 자녀가 수학능력만 검증된다면 입학시키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2012년 신입생 선발이 자율화되면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입생 선발에 대해서는 “각 대학이 줄 세우기 식 선발 정책에서 입시 제도를 선진화, 연계화, 단순화해야 사교육 문제를 없애고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다”며 “대학교육협의회에서 이런 방향에 대한 기본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하며, 실질적 방안으로 접어들면 몇몇 대학이 반대하겠지만 인내심으로 설득하면서 공교육이 살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2012년까지 3불 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은 유지하되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반영하는 고려대만의 입시 제도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내년에는 총 신입생의 23%를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뽑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지난해 수시 모집에서 빚어진 ‘고교등급제 논란’에 대해서는 “창원지법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곤란하지만 대교협에서 결론을 내렸듯 고대는 고교등급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법원에서 그 부분을 확실히 밝힐 것”이라며 “100% 합격률을 낸 일반계고가 50개 학교에 이르는데 어느 특정 고교를 우대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또 이 총장은 “대학 운영에 필요한 재원 중 국고에서 지원받는 것은 0.5%밖에 안 된다”며 “최소한 이공대와 의과대는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 비싼 기자재를 사주거나 대학들이 공동으로 활용하게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사립대 지원 육성법’ 추진과 관련해 “사립대 교직원 인건비 절반을 국고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와 상의해 내려고 한다”며 “이렇게 하면 전체 인건비의 24% 정도를 지원받을 수 있고 학생 1명당 한 학기 등록금도 130만 원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연세대와 벌이고 있는 경영대 육성 경쟁에 대해서 “‘연상고법(延商高法)’은 이제 옛말이 됐다. 연세대는 물론 서울대보다도 우리 경영대 교수 수가 많다”며 “경영대 경쟁은 이미 판가름이 났다”고 말했다.

■ 연세대 김한중 총장

“고교간 격차는 현실,평준화 재검토해야

입학사정관 제도 만병통치약 아니다”

김한중 연세대 총장은 “약학대학이 없어 생명과학 연구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약국을 차리는 약사가 아니라 생명과학에 투입할 연구 인력을 기르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또 “입학사정관제가 대입제도 개선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며 “학력과 수학능력이 신입생 선발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특히 “학교 간 교육 여건이 다른 게 현실인데도 평준화를 기정사실화해 평가하는 데서 입시 문제가 발생한다”며 “각 대학이 지원자들의 진짜 실력을 가려내기 위해 비교과 영역을 강조하다 보니 입시가 복잡해져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똑같은 툴로 모든 학생을 평가한다”며 “학생과 학부모가 ‘이렇게 공부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믿는 기대를 깨서는 곤란하다. 입시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납득할 수 있는 경쟁 구도 속에서 공정한 평가 기준을 가지고 신입생을 가리는 것이다. 잠재력, 창의성처럼 알기 힘든 개념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는 1단계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성적만으로 정원의 2배수를 뽑은 뒤 그 안에서 입학사정관이 최종 선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찬성하지만 더 중요한 일이 많아 아직은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김 총장은 사견임을 전제한 뒤 “객관적인 사실과 통계를 가지고 몇 년이 걸리든 긴 안목으로 고교 평준화 문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우리가 어떤 학생을 뽑아 어떻게 가르쳐 우리 학교를 명문학교로 만들겠다는 교사와 교장들의 열정이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출발점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교다양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인위적인 명문고 육성”이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김 총장은 사립대 지원 방안에 대해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립대와 비교할 때 차등 적용되는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대학이 자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연상고법(延商高法)’이 반대가 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학 경쟁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결과를 내놓는가인데 연세대는 공인회계사 배출에서 수십 년간 1위를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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