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법에 따라 엄중처리해야 국가신인도에 오히려 도움”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7분


“전직 대통령이 수사를 받는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창피한 일입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리하는 것이 국가 신인도에도 보탬이 될 것입니다.”

올해 3월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사법기구의 수장이 된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68·사진)은 6일 서울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송 소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국가 신인도나 국민정서, 정치적 역학 관계, 전직 대통령이란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원칙과 정치적 고려를 양쪽에 놓고 저울질하는 게 오히려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며 법과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송 소장은 “한국 검찰의 수사력은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ICC도 한국 검찰의 과학수사기법 등에 대해 협력 받으려고 실무적으로 여러 차례 타진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송 소장은 최근 신영철 대법관의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당시 재판 개입 의혹을 계기로 제기된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초대 정권에 맞서 초석을 잘 다져놓은 덕분에 한국의 사법부 독립은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법관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하고 자긍심이 높은 집단”이라며 “군사정권의 탄압 등을 거치며 수차례 사법부 독립이 흔들렸지만 눌렸던 공이 튀어 오르듯 원상복구 되는 과정을 통해 독립성을 높여 왔다”고 말했다.

올해 3월 문을 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송 소장은 “사회적 약자 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면 로스쿨이 자칫 몇몇 귀족을 양산하는 곳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교수들도 강의실 안에서 책만 가지고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실무 위주의 교육으로 인식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CC는 집단살해, 반인륜적인 행위, 전쟁범죄 등 국제법상 인정되는 범죄를 재판하는 곳으로 현재 회원국은 107개국이다. 송 소장은 “ICC에 적대적이던 미국이 버락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호의적인 태도로 바뀌었다”면서 “임기 3년 동안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의 신규 가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법대 학장 등을 지낸 송 소장은 이날 오후 서울대에서 ‘인류사회의 꿈과 국제형사재판소’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그는 ICC가 3월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에 대해 다르푸르 사태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에 대해 “현직 대통령도 절대 면책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도 영장 발부의 중요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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