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번호가 경찰청… 더 간교해진 보이스피싱

  • 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5분


수억 챙긴 중국인 6명 구속

경찰청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으로 수억 원을 챙긴 중국인 일당이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24일 휴대전화 발신번호에 경찰청 번호가 뜨도록 조작해 피해자를 안심시킨 뒤 돈을 송금 받는 방법으로 2억9000만 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유학생 리우 씨(25) 등 중국인 6명을 구속하고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우선 우체국 직원을 사칭해 전화를 걸어 “당신 명의로 신용카드가 발급됐는데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다”고 피해자에게 겁을 주었다. 이어 경찰청 직원을 사칭해 다시 전화를 건 뒤 “통장 잔액을 안전한 계좌로 옮겨야 한다”며 송금을 요구했다. 이들은 경찰청 사이버민원 콜센터 자동응답 전화번호가 발신번호로 뜨도록 조작해 놓고 “전화기에 찍힌 번호로 전화해보면 우리가 경찰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피해자들을 안심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장 씨 일당은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에게 고액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주겠다고 유인해 일당 5만∼20만 원을 주고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는 임무를 맡겼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 아르바이트에 비해 쉽게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유학생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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