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석모도 온천, 그린에너지 실험장으로

  • 입력 2009년 4월 21일 06시 29분


버려지는 열 이용 200여가구 난방공급

비닐하우스 재배에 활용… 최근 첫 수확

전국 최고의 온도와 매장량을 자랑하는 인천 강화군 석모도 온천지대(삼산면 매음리)가 신(新)재생에너지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온천수가 무공해 천연에너지로 활용돼 다양한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고, 지역난방 원수로도 공급되고 있다. 온천수를 목욕용으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처럼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업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다.

○ ‘온천 멜론’ 첫 수확

국내 3대 관음도량인 보문사가 있는 석모도에는 4곳(해명, 용궁, 삼산, 염암)의 온천지구가 지정돼 있다. 바다와 맞붙은 논 지대 지하 300∼800m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음리의 해수온천은 최고 온도가 섭씨 70도를 웃돌고, 온천수가 하루 4000t 넘게 나오는 곳도 있다. 양수기로 끌어올리지 않아도 뜨거운 온천수가 자연 용출되고 있다.

강화군농업기술센터는 이 온천수를 이용해 농산물을 재배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말 용궁온천과 염암온천의 원수가 흘러나오는 인근 논 지대 2000m²에 지붕 3개를 연결한 대형 비닐하우스를 설치하도록 했다.

용궁온천의 경우 해수온천을 공급하는 관로의 부식을 막기 위해 원수 공구 바로 옆에 ‘열 교환기’를 설치한 뒤 ‘민물 관로’와 연결하는 공사를 추가로 벌였다. 열 교환기를 통해 온천 원수의 온도를 민물 관로로 보내 비닐하우스에 전달하는 것. 송풍 장치가 이 관로의 열기를 비닐하우스에 뿜어내도록 해 겨울철에도 평균 섭씨 15∼17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2곳 온천지대의 비닐하우스에는 멜론, 토마토, 고추 등을 심어 3, 4개월 지난 요즘 첫 수확을 하고 있다. 용궁온천은 6만 m² 규모의 ‘온천 화훼단지’를 추가로 조성해 양란, 신비디움 등 고온 작물을 생산할 계획이다. 용궁온천 강석철 대표는 “석유나 연탄을 사용했으면 월 400만∼500만 원의 연료비가 비닐하우스에 들어갔겠지만, 온천수를 활용하니 10만 원에 불과했다”며 “농산물의 당도나 품질도 뛰어나 특수작물 재배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본격화되는 ‘온천 지역난방’ 사업

용궁온천은 2002년부터 간이 목욕탕을 만들어 놓고 무료 온천체험을 하도록 하고 있다. 또 원수 공구에서 1.3km가량 떨어져 있는 이 목욕탕의 온천수 폐열을 주변 농가와 민박집 21채의 난방에너지로 재활용하고 있다. 노인정은 5년 전부터 온천수를 난방용으로 활용해 왔다. 온천 지역난방 덕분에 민박집의 전기 사용료가 월 30만 원대에서 1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정부와 인천시는 매음리 200여 가구에 온천수를 난방에너지로 공급할 수 있도록 22억 원의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주민들은 총공사비의 20%가량 부담하면 된다. 강화군이 대형 관로를 설치해 주고, 작은 관로를 통해 각 농가로 온천수의 열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온천 원수에는 대형 ‘열 교환기’가 별도로 설치된다.

한편 이들 온천지구에서는 목욕시설을 현대화하고 호텔, 콘도미니엄, 골프장을 짓는 관광지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일부 시설은 올 8월경 1차 개장할 예정이다. 온천지구 산 뒤편에는 182만5000m² 규모의 자연휴양림과 수목원이 조성되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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