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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1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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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높거나 향상도가 뛰어난 지역은 획일적인 평준화에 안주하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다. 또 적극적인 경쟁을 학력 신장의 원동력으로 삼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특수목적고가 있거나 비평준화 지역이라는 특징 때문에 처음부터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든 경우도 있다. 》
학교의 노력 - 장성고, 기숙사 갖추고 수준별 집중지도
전남 장성군은 2009학년도에 언어, 수리 ‘나’, 외국어 영역에서 모두 1∼4등급 비율 1위를 기록했다. 장성군에는 인문계고가 장성고뿐이어서 장성군의 성적은 순전히 장성고의 힘이다.
1985년 개교할 때부터 기숙사를 갖춘 장성고는 ‘원조 기숙형 학교’를 자처한다. ‘기숙사 효과’는 확실했다. 지난해 수도권 대학에 150명이 합격한 것을 비롯해 12년 연속 졸업생 모두가 4년제 대학에 붙었다. 반옥진 교장은 “방과 후 수업 ‘수리 따라잡기’, ‘영어 따라잡기’를 통해 영어와 수학 성적 편차가 큰 학생들을 수준에 맞춰 집중 지도한 것이 성적이 높은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남에 여수 순천 등 평준화 지역이 늘어난 것도 우수한 학생들이 이 학교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강원 강릉시는 강원도 우수 인재들이 모이는 지역이다. 시세(市勢)로 따지자면 춘천 원주에 이은 제3의 도시지만 고교 성적은 부동의 1위다. 강릉고의 한 관계자는 “춘천이나 원주가 10여 년 동안 평준화를 도입한 반면 강릉은 평준화를 시행해 본 적이 없다”며 “다른 지역이 평준화를 하는 동안 교육만큼은 강릉이 최고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경기 과천시는 과천외고, 과천고, 과천중앙고, 과천여고가 있다. 외고가 있다는 점이 높은 성적을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인근 안양에서 실력 있는 학생들이 유입되는 게 더 큰 이유다. 안양에서 과천으로 오는 학생이 많은 이유는 안양권에는 24개 학교가 있어서 학교 간 격차가 크기 때문. 평준화 상태에서 어느 학교에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과천지역 4개 학교는 수준이 상위권으로 비슷해 어느 학교에 배정돼도 불만이 적다.
지자체 공조 - 곡성군 ‘군립학원’ 세워 우수학생 지원
5년간 언어와 외국어 영역의 1∼4등급 비율 증가율에서 상위권에 오른 전남 곡성군은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군세(郡勢)가 가장 약하지만 교육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여기고 2005년부터 교육환경 개선사업에 ‘올인(다 걸기)’했다. 2003년 당시 농어촌 소규모 학교 통합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곡성군은 주민 동의를 얻어 인문계 3개 학교를 2개교로 통합한 뒤 학력 증진에 나섰다.
대표적인 교육지원사업은 ‘곡성 아카데미’. 군이 모든 예산을 지원하는 일종의 ‘군립학원’으로 수강생은 옥과고와 곡성고 학생들이다. 두 학교 학생 200여 명은 일요일을 빼고 매일 오후 7시부터 3시간 동안 학교에서 수능 전 영역 강의를 듣는다. 교사 20명은 모두 광주의 특급 학원 강사들이다. 군은 아카데미 운영 예산으로 매년 3억∼4억 원을 쓴다. 입학이 예정된 두 학교 성적 우수자 100여 명은 매년 2월 전남대 언어교육원에서 5∼6주간 기숙사 생활을 하며 전액 무료로 수업을 받는다.
옥과고는 특히 수업이 끝난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해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다. 두 학교의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주변 지역에 알려지면서 순천, 여수, 광양시, 고흥, 완도군 등 외지에서 신입생이 몰리고 있다.
학교 간 경쟁 - 전주 자사고 설립후 일반고도 성적 올라
지역 학부모들의 경제적 여유와 학교 간 경쟁에 사교육까지 접목돼 좋은 성적을 내는 지역도 있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모든 영역에서 20위권에 든 강남구가 대표적. 이 밖에도 부산 해운대구와 대구 수성구 역시 각각 ‘부산의 강남’ ‘대구의 강남’이라 불릴 정도다. 특히 해운대구는 이 지역의 양운고 부흥고 신도고가 ‘명문 트리오’를 이뤄 지역의 학력 신장을 이끌고 있다.
학교 간 선의의 경쟁도 지역의 성적 상승을 이끄는 요인이다. 충남 공주시는 공립고인 공주사대부속고와 자립형 사립고인 한일고가 ‘양 날개’를 형성하며 학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공주사대부고는 충남 전역에서 신입생을 선발하며, 한일고는 전국에서 선발하는 등 평준화 적용을 받지 않는다.
최재룡 충남도교육청 중등 장학사는 “두 학교의 영향을 받아 인근 공주고와 공주여고도 학력 신장 경쟁에 뛰어들면서 상위권 대학 진학률도 올랐다”고 설명했다.
전북 전주시도 비슷한 양상이다. 자립형 사립고이면서 서울대 진학 실적이 최상위인 상산고가 다른 학교들의 성적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전주 해성고 3학년인 자녀를 둔 김모 씨(47)는 “우리 학부모들도 상산고의 모습을 보면서 학교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목고 효과 - 가평군 특목고 들어서자 평균성적 껑충
경기 가평군은 2008학년도 수능까지는 특별히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다가 2009학년도 수능부터 1∼4등급 비율이 언어와 외국어 영역에서 전국 4위에 오르는 등 급부상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가평군에 2006년 특목고인 청심국제고가 들어섰다”며 “이 학생들이 2009학년도 수능에 응시하면서 가평군의 성적이 크게 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기 동두천시도 마찬가지다. 2006년 이전에는 이 지역에 일반계고 2개가 있었지만 동두천외고가 설립되면서 성적이 급상승했다.
5년 내내 최상위 성적을 보인 부산 연제구도 눈에 띈다. 연제구에는 일반고인 연제고와 이사벨고, 특목고인 장영실과학고와 부산외고 등 4개 학교가 있다. 이 가운데 연제고는 2009학년도에 처음 수능을 치른 신설 학교다. 2008학년도 수능까지는 3개 학교 중 2개가 특목고였던 셈이다. 연제구는 2007학년도까지 전국 시군구 가운데 1위를 기록하다 연제고가 합류한 2009학년도에는 5위권으로 다소 주춤한 상태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곡성=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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