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4월은 더 춥다는데…여의도 ‘박연차 한파’에 덜덜

  • 입력 2009년 3월 27일 17시 31분


◆ 검찰판 '박연차 리스트' 따로 있나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월 27일 동아 뉴스스테이션입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입을 열었습니다. 여야 정관계 인사들이 박 회장에게서 불법 금품을 받은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시작된 '친노 게이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씨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구속되는 데 그쳤지만, 이번엔 누가 검찰 수사의 타깃이 될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현수 앵커) 특히 박 회장의 금품을 받은 인사는 민주당 등 구여권 뿐 아니라 한나라당에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회부 법조팀 전지성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이 사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전 기자, 박 회장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사람이 벌써 여섯 명 째가 된다고요?

(전지성 기자) 예. 26일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구속되면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벌이고 있는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서 구속자는 현재까지 6명이 됐습니다. 검찰은 19일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을 구속하는 것을 시작으로 20일 송은복 전 김해시장, 23일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26일에는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을 구속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박 회장에게서 불법적인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이 의원과 이 전 원장, 송 전 시장과 장 전 차관은 국회의원 총선거나 지방선거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박 전 수석과 추 전 비서관은 인사 관련 청탁과 세무조사 무마 청탁 등 대가성이 있는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박 앵커) 지금까지 구속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그동안 시중의 '박연차 리스트'에 들어가 있다는 인사는 이광재 의원 외에는 거의 없습니다. 박연차 리스트가 실제 검찰의 수사대상과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닌가요?

(전 기자) 예. 박연차 리스트의 첫 구속자인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발전원장이 전격 체포됐을 때, 그는 그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이어 체포된 송은복 전 경남 김해시장도 소위 '박연차 리스트'에서 거론되지 않은 사람입니다.

이런 추세는 계속됐습니다.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인 추 전 비서관에 이어 박 전 수석을 전격 체포한 것도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게다가 27일 한나라당 박진 의원까지 검찰에 출석하면서 검찰판 '박연차 리스트'가 따로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본격적인 수사에 대비한 '여건 조성'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이 현 정부와 옛 여권, 지금의 여야 정치권을 막론하고 '성역 없이'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편파 수사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박 회장의 진술에 따라 검찰의 칼날이 누구를 향할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 앵커) 박 회장은 그동안 불법 로비와 관련해선 입을 열지 않아 '자물통'이라고까지 불려졌습니다. 박 회장이 입을 열기 시작한 게 자식들 때문이란 얘기가 나오던데요?

(전 기자) 네, 박 회장의 입을 열게 한 것은 오랫동안 벌여온 사업에 대한 염려와 자녀 때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검찰이 그동안 박 회장의 자녀들에 대한 증여세 포탈 혐의를 잡고 세 딸과 아들 뿐 아니라 사위까지 출국 금지했습니다. 특히 박 회장의 아들이 현역 복무를 피해 공익근무요원이 된 것에 대해 의혹이 있다고 보고 검찰이 내사에 들어갔습니다.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자 박 회장은 상당한 심리적인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검찰 수사가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면 박 회장이 평생을 공들여 쌓아 온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꼈을 것입니다. 결국 박 회장은 정관계 인사들과 '의리' 보다는 자식들의 앞날을 선택했으며. 한 때 친하게 지냈던 이들의 저승사자 역할을 맡게 된 셈입니다.

(박 앵커) 이번 수사에서 노건평 씨가 경남 지역에서 한 역할도 눈길을 끌고 있다면서요?

(전 기자) 예. 2004년 6월 경남지사 보궐선거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로는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이 출마했습니다. 이 때 노 씨는 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마음 크게 먹고 한번 도와줘라"고 부탁했고, 박 회장은 장 씨 쪽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던 김태웅 전 김해시장에게 경남 창원의 한 호텔에서 5억여 원을 전달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노 씨는 2005년 4월 김해갑 국회의원 재선거 때에도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에게도 박 회장 돈 5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이때 노 씨는 두 차례에 걸쳐 돈을 직접 전달하는 '성의'까지 보기도 했습니다.

또 노 씨는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박 회장과 함께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에게 입당제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앞서 노 씨는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난 것을 미뤄볼 때 노 씨가 이 지역 정치와 경제를 주무르는 상왕 노릇을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검찰청에서 전해드렸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