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초고층빌딩 서는데 소방 사다리차는 16층이 한계

  • 입력 2009년 3월 27일 06시 59분


17일 23층 건물 화재때 물줄기 안닿아

인명구조 헬기도 14년된 8인승 1대뿐

“인천지역에 초고층 건물이 잇달아 들어서고 있는데 소방장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인천소방안전본부 관계자)

17일 발생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23층 컨벤션센터호텔 화재로 인천지역 초고층 건축물 화재에 대비한 소방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컨벤션센터호텔 냉각탑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주민들은 초고층 건축물에서 불이 나자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서는 46m짜리 고가사다리차를 동원했지만 물줄기가 닿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초고층 건물에서 불이 날 경우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 등 초기 대응에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현재 인천 송도국제도시에는 65층 동북아트레이드타워를 비롯한 수십 채의 초고층 건축물이 들어서고 있다.

인천지역에 11층 이상 고층 건축물은 아파트 3887개동과 일반 건축물 등 총 4064개동이다.

하지만 초고층 건축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초기 대응을 위한 화재 장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천시소방안전본부가 보유하고 있는 인명구조용 소방헬기는 1995년에 구입한 8인승 1대뿐이다. 서울은 14인승 2대 등 총 3대, 부산이 10인승 2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도 10인승 이상 헬기 1대를 더 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4년 된 8인승 소방헬기는 다수의 인명구조 때 치명적인 문제점을 드러낸다.

이 헬기에는 조종사 2명과 구조대원 2명이 필수적으로 탑승하고 구조망 등 엄청난 무게의 구조장비를 실어야 한다. 따라서 화재 현장에서 한번에 2, 3명밖에 구조하지 못한다.

소방안전본부는 14∼17인승 헬기 구입을 위해 국고 20억 원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절대 부족한 상황.

최헌택 항공소방대장은 “환율이 1000원일 때에도 120억 원에 달해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지금은 120억 원이 아니라 30억∼40억 원이 더 오른 상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올해 인천세계도시축전과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어 초고층 건물의 안전 유지를 위해 헬기 구입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초고층 건축물 화재 때 필수 진압 장비인 고가사다리도 부족하다. 현재 소방안전본부가 보유하고 있는 고가사다리는 높이 46m(16층)짜리 9대. 하지만 55m짜리가 없어 초고층 건축물 화재에 취약하다.

안기남 회계장비팀 주임은 “실제 화재 때 사용 효율성 등을 꼼꼼히 따져 높이 55m(25층)에 달하는 외국산 고가사다리차를 추가로 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방안전본부는 “20층 이상 고층건물 공사장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조만간 초고층 건축물을 담당하는 팀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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