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회장측 ‘이중 다이어리’가 결정적인 수사 실마리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5분


朴회장-여비서 별도 작성

언제 누구만나 식사하고

뭉칫돈 빠져나갔는지

깨알글씨로 구체적 기록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최근 속도를 내며 성과를 올리게 된 배경에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여비서의 ‘다이어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23일 “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박 회장의 진술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며 “박 회장과 여비서의 다이어리, 뭉칫돈이 빠져나간 시점, 당시의 출금 전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라고 말했다.

최근의 수사 진전은 박 회장이 검찰에서 순순히 진술한 ‘리스트’에 따라 해당 인사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한 것이 아니라 검찰이 정황 증거를 토대로 분석해 박 회장을 추궁한 데 따른 성과라는 얘기다.

검찰이 그동안 “박연차 리스트는 없다”고 강조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박 회장과 여비서의 다이어리에는 박 회장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나 식사를 하고 골프를 쳤는지 등 박 회장의 일정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월 인사 이후 구성된 새 수사팀은 박 회장이 제대로 진술을 하지 않자 박 회장 가족을 출국금지해 압박하는 한편 박 회장 측에서 압수한 다이어리와 뭉칫돈이 빠져나간 시점, 박 회장의 통화 기록 등을 서로 맞춰가며 로비 정황 확보에 주력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을 새로 꾸리고 한 달 동안은 박 회장에게서 진술받은 것이 없다. 다이어리와 출금전표 등을 조사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러한 정황 조사가 박 회장의 입을 여는 ‘열쇠’가 됐다는 것.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이 박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한 것도 박 회장 측의 다이어리가 단서가 됐다고 한다.

박 회장은 검찰이 충분한 근거 없이 “○○○에게 돈을 건네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제대로 진술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다이어리와 출금전표, 통화 기록 등을 들이대며 “특정 시점에 빠져나간 뭉칫돈이 당시 만난 ○○○에게 건네진 것 아니냐”고 추궁하면 비교적 명확하게 진술하고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 때문에 문제의 다이어리에 얼마나 많은 인사의 이름이 올라 있는지, 이를 토대로 박 회장이 입을 연 인사들이 누구인지를 놓고 검찰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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